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바위끝에 귀여운 다람쥐 새끼 한마리가 재롱을 부립니다.
하늘도 내마음 만큼이나 우중충하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너를 사랑한다. 너를 볼 때마다 나의 욕심이 먼저여서 정말로 미안하다. 그래서 더욱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단다. 네가 춘천의 아름다운 동산에서 많은 형제와 친구들이 어울려 즐겁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었는데 황무지보다도 더 무서운 이곳에 너를 내려놓은 것이 나의 헛된 욕심이라 생각되고 너를 이처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정말로 미안하다. 너에 대한 나의 미안한 마음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마음이지만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나의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단다. 지금 네가 힘들게 서 있는 그 자리에는 너와 비슷한 어린 친구가 혼자 살고 있었지. 그 친구를 알게 된 우리 세 사람은 그 친구가 잘살아갈 수 있게 하려고 가끔씩 찾아가 물도 주고 토양도 덧입혀주면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행복과 기쁨을 얻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좋았는지 몰라.
산을 좋아하는 우리 세 사람은 아는 듯 모르는 듯 그 친구를 보살피면서 생명의 존엄과 자연의 무한함과 아름다움을 보면서 대자연을 창조하고 운영해가는 조물주에게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을 갖게 했으니까 그 친구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더 해주었었지. 장작불 위의 가마솥처럼 뜨거운 여름철 타는 목마름에도 잘 견디어 주었고, 날카로운 곡괭이로 땅을 찍어도 파이지 않을 만큼 꽁꽁 얼어붙고 나뭇가지가 얼음덩이로 뒤덮이도록 모질게 추운 겨울철에도 잘 견디어 내면서 봄이 되면 예쁜 새싹을 내밀면서 자라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웠는지 몰라. 비록 사람에게 하듯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친구지만 우리는 그 친구를 바라보면서 사람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마음으로 주고받으며 즐거움을 얻던 그 친구를 항상 기억하였었지,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를 다시 찾아갔을 때에 그 친구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는 텅빈 공허함뿐이었지. 어찌된 사연일까 흥분되고 몹씨 궁금했어.
다른 곳으로 떠나간 흔적은 분명한데 우리가 싫어서 다른 곳으로 떠나간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터전을 옮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그곳보다 더 좋은 삶의 터전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아팠었지. 작은 씨앗이 바람에 날려 삶의 터전으로는 최악인 곳에 떨어져 정착하고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기까지 자연의 힘이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기에 우리는 그 친구를 보면서 자연에 대한 무한함과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우리가 얼마나 작고 미약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어, 그런 그 친구가 어렵게 잡은 터전을 떠났을 때에 우리는 한없이 슬프고 가슴이 아팠었지, 그런 행동을 한 알 수 없는 그 어떤 사람을 저주하고 싶을 만치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분한 마음이었지, 그런 마음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나의 마음의 눈이 어두워졌고 너의 행복한 삶의 터전을 빼앗고 이렇게 힘들게 하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네가 지금 고통스러운 것처럼 나의 마음도 고통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란다. 나의 어두워진 마음의 눈과 욕심을 용서해다오. 네가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하는 것으로 미안함과 용서를 대신하려고 한다. 전에 있던 친구는 혼자였는데 여기에 너와 함께 자란 친구를 함께 데려왔으니 그나마 열악한 환경에서의 무서움과 외로움을 덜어 줄 것인지 아니면 너와 너의 친구의 생명마져 잃게 하는 것은 아닌지 나의 마음도 지금 매우 떨리고 두렵고 무섭단다. 네가 이 무서운 환경에서 자연의 도움으로 살아난다면 나와 내 친구들에게는 더없는 즐거움이고 행복이겠으나 설령 네가 살아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나의 욕심을 버리려고 하니 또다시 너와 같은 고달프고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