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파란마음 백두대간 단독종주 첫걸음 1주년.
2013년 08월 06일 백두대간 단독종주를 하겠다면서 이른 아침 커다란 배낭을 메고 서울의 집에서 출발하여 진주(원지)로 향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이라는 세월이 정말로 빠르게 흘렀습니다. 당시에는 2013년이 가기 전에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리라고 생각하고 첫 출발을 하였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마치지 못하고 겨울 추위와 더불어 6개월 동안의 긴 산불방지기간이 끝나고 올해 05월 22일 미시령을 끝으로 41일 동안의 단독종주를 마무리하였는데, 진부령에서 종주의 대미를 장식하지 않고 미시령에서 백두대간 단독종주의 마무리를 한 것은 나름대로 소신이 있어서였습니다.
백두대간 종주를 준비하면서 미처 생각지도 못하였던 휴식년제 구간이며 산림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금지된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저 자신 스스로 자연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새 백두대간 종주라는 의미에만 정신을 팔면서 이를 무시하면서 법을 수없이 많이 어기게 된 점에서 스스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나마 백두대간을 사랑하고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사랑하고 그간 백두대간 종주에서의 불법행위를 용서받고자 하는 심정으로 특별보호구역 마지막 한 구간이라도 들어가지 않고 남겨놓음으로 스스로 용서와 위로를 받고자 하였습니다. 미시령 옛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참 잘했다는 생각밖에는 조금도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는 없었습니다. 첩첩산중 밀림 속에서 식수가 모자라 애태우던 기억도, 깊은 산 속 풀숲에서 풀벌레와 대화하던 기억도, 문장대 아래 험한 바위길을 내려오면서 죽을 힘을 다하던 기억도 생생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많은 위법 속에서 이루어졌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결코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음에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서유석 - 가는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