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을 아시나요
김천 캠프 앞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난함산 정상(왼쪽)과 남쪽 능선.
꿀밤. 도토리, 상수리.
꿀밤을 아시나요.
도토리나 상수리 등을 일러 이곳 경상도 사람들은 꿀밤이라고 하더군요. 떫은 밤이라면 좀 이해가 쉽겠는데 꿀밤이라니요. 저는 처음에 동네 어른들이 요즘 산에 올라가면 꿀밤이 많다고 하시기에 꿀밤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재차 물었습니다. 꿀밤이 어떻게 생긴 밤이냐고?. 제가 알기에는 보통 밤을 일러 알밤이라고 하거나 보통 알밤보다 더 작은 약밤이라는 것을 보아서 알고 있는데 꿀밤이라고 하여 매우 단맛이거나 맛이 월등히 뛰어난 밤이 있는가보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난함산 아래 캠프 주변 산등성이를 수차례 오르내려 보았지만 참나무 종류는 많아도 밤나무 같은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산에가면 꿀밤이 많다니 의아하고 이상하여 여쭈어 보았습니다. 꿀밤이 무엇이냐고요. 그랬더니 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도토리나 상수리 같은 것을 경상도에서는 꿀밤이라고 한다네요.
사실 도토리나 상수리는 밤과는 달리 떫은맛이 많아서 꿀맛과는 전혀 거리가 먼데 왜 꿀밤이라고 부르고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과로 제 생각에는 예전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여 식량이 부족할 때에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는 산에 자연 발생적으로 나고 자라서 가을철이면 지천으로 떨어져 있는 도토리나 상수리를 주워다 만든 음식도 꿀맛 같았을 것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꿀밤이라고 하였거나, 떫어서 맛은 없지만 그래도 꿀맛이라고 여기며 달게 먹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한 눈물겨운 마음을 달래려는 뜻이 담긴 이름이 꿀밤이 아닌가 여겨지더군요. 제가 주워온 꿀밤이 토실토실한 게 보기에는 참 좋은데 떫어서 생밤처럼 날로 먹기도 어렵고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기에도 만드는 과정이 힘들어 참으로 입도 떫고 마음도 떫은 꿀밤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것들이 건강음식이다 참살이 음식이다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