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음
2015. 3. 31. 11:29















허수아비 아저씨의 자식 이름은 무엇이냐는 우스갯소리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허수라고 대답을 한다. 허수아비는 주로 논이나 밭에 심어놓은 곡식을 훔쳐먹는 새나 짐승 따위를 막으려고 막대기와 짚 등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세워두는 물건을 말하는데 파란마음도 오늘 난생처음으로 허수아비를 하나 만들었다. 허수아비를 만든 목적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새나 짐승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곳 캠프 주변에는 작은 새들은 물론이고 까치와 고라니 멧돼지 등 농작물을 훔쳐먹는 유해동물들이 많다.
이들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에 그물로 된 울타리를 빙 둘러쳐서 저들의 피해를 막는데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겠고 농작물을 파종한 밭 주변에 햇볕을 받으면 번쩍거리는 효과를 내어 저들로부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은 헌 CD를 매달아 놓았고 오늘은 큰맘을 먹고 분홍색 셔츠에 검은 바지를 착용한 멋진 강남스타일 허수아비를 하나 만들어 밭 가운데에 떡하니 세워두었다.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허수아비를 바라보니 섬뜩하니 무서워 보이는데 새들이나 고라니 멧돼지 같은 짐승들도 나처럼 허수아비를 무서워할까 모르겠다.
내가 허수아비를 무서워하고 짐승들은 나를 무서워하니 짐승들이 제정신이라면 당연히 허수아비를 무서워해야 하고 농작물이 심어져 있는 밭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기는 제구실을 못 하는 사람을 허수아비라고 비아냥대기도 하는데 진짜배기 허수아비가 제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믿으면 안 되지요. 허수아비 같은 생각을 하는 파란마음 당신이 진짜배기 허수아비가 아닌지 모르겠다.
봄 - 이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