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무게중심놀이

마 음 2015. 4. 17. 21:55

 

 

 

 

우리에게 삶은 무엇인가?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삶은 계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봄 소풍 가을 소풍 갈 때에 어머니께서 특별한 반찬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난 도시락과 함께 삶은 계란 두어 개 책보에 싸주시면 좋아라고 허리춤에 메고 가까운 산으로 소풍을 갔었다. 우리학교에서는 삼기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삼기산이 소풍 가는 단골장소가 되기도 하였었다.

 

삶은 무엇인가? 다시 묻고 답해도 삶은 「삶은 계란」과 같이 맛난 것이다. 옛날얘기 하나 더하면 예전 초등학교 졸업기념 가을 수학여행갈 때에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로 가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KTX는 물론이고 무궁화호 열차도 없는 단선철도 완행열차가 고작이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석탄을 연료로 기관차를 움직여가는 완행열차다. 역이라는 역은 하나도 거르지 않고 모두 정차하고 상하행선이 단선철도를 이용하려니 하행열차가 앞선 역에서 먼저 내려오게 되면 상행열차는 역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하행열차가 도착한 뒤에 출발하는 것이어서 전북에서 서울역까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이러한 완행열차를 타고 가면 열차 안에서는 사과 같은 과일이며 사이다 과자 삶은 계란 같은 물품을 손수레도 없이 작은 사각 바구니에 담아 손에 들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홍익회 직원이 있었다. 그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소리가  당시 어린 마음에는 참 재미있게 들렸던 것으로 기억난다. 삶은 계란이 왔어요, 시원한 사이다가 왔어요. 사과가 왔어요. 달콤한 사탕이 왔어요.」등등 팔뚝에 홍익회 완장을 차고 비좁은 객차 안을 다니면서 물품을 파는 아저씨의 구수한 목소리가 정겨웠던 시절이었다. 그때 오랜 시간을 열차 안에서 있다 보니 배도 고프기 때문에 홍익회 아저씨가 지나갈 때 가장 먹고 싶은 게 삶은 계란이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우여곡절과 모진 풍파를 겪게 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살아간다면 그 삶은 계란처럼 맛난 삶이 될 것이다. 오늘 오후에 중늙은이가 삶은 계란처럼 맛난 삶을 살기 위해서 캠프 옆에 있는 작은 계곡에서 돌 몇 개를 주워와 무게중심놀이를 하였다. 아래에는 바닥면적이 좀 넓은 돌을 놓고 그 위에 아주 좁은 면의 돌을 올려놓아 쓰러지지 않게 2층 탑을 쌓는 무게중심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뭐~ 삶은 계란을 모르는 사람은 정신이 나간 미친 노인네라고 비아냥거릴지 모르겠지만 삶은 이처럼 무게중심놀이와 같은 단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