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옹달샘
고구마를 심은 두둑에는 잡초를 몇 차례 제거하여 주었기에 괜찮은데 고랑에는 잡초가 많다. 두둑의 잡초를 뽑아서 고랑에 놓아두는데 고랑은 낮아서 가뭄에도 수분이 덜 말라서 잡초가 잘 자라는 모습이다. 오늘도 제주도와 남부지역과 비가 조금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김천지역도 남부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비가 내릴 것으로 알고 오전에 고구마밭에 물을 주지 않고 잡초를 제거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잡초를 제거하는 중이다. 이렇게 두둑에는 고구마순이 잘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서 계곡의 옹달샘에서 물을 길어다 주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고구마 줄기의 잎을 밤이면 고라니가 찾아와 베어먹고 간다. 산속에서 살아가는 고라니가 키가 작은 나무의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먹을 게 마땅치 않으니 밤이면 농가 주변으로 내려와 농작물을 훔쳐먹고 다닌다. 미운 고라니 같으니라고...
밭 두둑에 고구마순을 심어놓고 계속하여 물을 길어다 주면서 관리를 하지만 속사정은 이렇다. 5월 초부터 지금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말라죽은 게 많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여겨진다.
밭 아래 계곡 깊은 곳에 옹달샘이 한군데 남아있다. 앞으로 이 옹달샘의 물이 얼마 동안이나 나오게 될지는 모른다. 오늘 오후부터 남부지역에 5mm 내외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빗나가 비는 내리지 않아 저녁 무렵에 다시 주전자를 들어야만 하였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더니 그게 아니었네. 토끼도 노루도 아닌 파란마음이 커다란 주전자로 퍼다가 먹고 있었네. 이런!
자두
위에서 기상예보가 빗나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하였지만, 우리나라의 기상예보는 예전과는 다르게 정확도가 높다. 오늘도 비가 내리기는 내렸다. 몇 방울 떨어지는 정도의 비가 내리고 금세 날이 맑아졌다. 5mm가 아니고 0.1mm도 안 되는 몇 방울 떨어지다가 말았다. 기상예보가 빗나가 5mm가 아니라 욕심 같아서는 50mm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비가 내리기는 하였는데 0.1mm 정도의 비라고 할 수도 없는 몇 방울 떨어지다가 마는 얄미운 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