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확의 계절
시인들은 가을을 표현하기를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결실의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이라고 한다. 산골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늙어가는 무지렁이 파란마음 개인적으로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마음에 든다.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각종 농작물을 수확하는 계절이기에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나의 캠프에서도 올해에는 여러 가지 농작물을 심고 가꾸면서 적은 양이지만 시기에 맞추어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홍수출하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도 직접 체험해보기도 하였다. 어떤 농작물을 심었기에 그렇게 홍수출하라는 말을 주저 없이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방울토마토 9포기 심었는데 제일 왕성한 수확기에는 토마토를 수확하여 처리하는데 그랬고, 조선오이 9포기를 세 구덩이에 나누어 심은 곳에서 생산되는 오이를 주체하기 어려워서 많이 버렸는데 잘 보이지 않아서 미처 따지 못한 오이가 노랗게 익어서 매달려 있는 것이 30개가 넘었다. 가지 역시 5포기를 심었는데 장마철이 끝나면서 왕성한 성장기에는 이것들도 많이 버려야 하였다. 모종을 사다가 심고 초기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을 길어다 살리느라고 고생도 많이 하였는데 과잉 생산을 하게 되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었다.
많은 호박이 기후 탓인지 질병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모두 썩어서 떨어져 버렸고 지금도 하나둘 열리는 작은 호박도 겉은 멀쩡해도 속은 썩어가는 것이어서 관리를 포기한 상태여서 이제는 별로 할 일도 없고 수확할만한 게 없지만 딱 한 가지 고구마 수확만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멧돼지 한 놈이 내려와 나의 일손을 거들어 주려는 속셈이었는지 고구마밭 일부를 수확을 해주고 갔다. 어젯밤에는 맛보기로 한 놈이 왔었지만, 이제부터는 식구들을 데리고 올지도 모른다.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기는 하지만 고구마는 지금 한창 여무는 시기라서 수확은 10월 초순이나 되어야 할 수 있을 터인데 벌써 노인네 힘들까 봐 자기들이 수확을 거들어주겠다고 덤벼드니 무료로 도와주겠다고 찾아오는 일손을 사양할 수도 없고 수확을 거들어 달라고 반가이 맞이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멧돼지 일손은 사양하고 싶은데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