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꽃과 들국화(감국)
올해 처음으로 농부흉내 내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만족하게 생각한다. 멧돼지와 고라니 같은 산에서 사는 짐승들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보기도 하였지만, 산촌에서 살면서 저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생활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그래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 냈으니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경작지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쑥부쟁이꽃이 앙증스럽고 귀여운 모습이다.
캠프 마당 끝에 한 그루 있는 감나무에는 올해에도 감이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다. 작년에는 곶감을 만든다고 깎아서 줄에 꿰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었는데도 비가 내리고 파리가 달라붙어 부패하여 버려야 하였었다. 올해에는 이것을 따서 감식초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감을 따서 마른 수건으로 깨끗이 닦은 후에 항아리에 넣고 밀봉하여 1년이 지나면 감식초가 된다는데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한다. 그러려면 적당한 크기의 옹기를 하나 구매하여야 하겠디.
경작지에 억새가 다섯 포기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데 이것을 제거하지 않고 보호하였더니 지금은 억새꽃이 피어 보기도 좋다. 경작지 가장자리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경작지 중앙에 있는 뽕나무와 억새를 내년에는 제거하고 싶은 생각이다. 아니면 이것들을 캐서 가장자리로 옮겨 심거나. 아마 옮겨 심는 게 좋을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해바라기도 가장자리에 심어서 해바라기 꽃밭을 만들어야 하겠다.
호박은 절대 심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에 호박을 88 구덩이나 심었는데 청동 호박을 단 한 덩이도 얻지 못하였다. 호박도 농약을 주지 않으면 벌레가 들어가 자라다가 썩어서 저절로 떨어져 버린다. 호박꽃이 필 때 쉬파리가 꽃 속에 알을 낳아 놓으면 이게 호박 속으로 파고 들어가 호박을 먹으면서 자란다고 한다. 올해에 떨어진 호박을 잘라 속을 보니 구더기가 자라고 있었고 어린 애호박을 잘라보아도 마찬가지였었다. 호박은 마트에서 구매하기로 한다.
참나무 종류가 많은 뒷산에는 토실토실한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지난해에 주운 것은 빻는 과정이 잘못되어 묵이 되지 않아 버려야 했고 올해에는 30kg 정도 조금만 주워왔다. 더는 줍지 않을 것이다. 올해에는 방앗간에 가져가 빻을 생각이다. 마침 내일이 김천 장날이니 갖고 가서 빻아와야 하겠다.
캠프 화단에 들국화를 많이 심었는데 이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들국화를 감국이라고도 부르는데 줄기가 쑥처럼 생겼는데 가지가 많이 돋아나 소담스럽게 자라서 이제는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꽃이 활짝 피기 전에 꽃송이를 따서 찐 다음 말려 차로 마실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활짝 핀 꽃을 따서 잘 말린 다음에 이것을 베개 속에 넣어 사용하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 감국 꽃을 말려서 베개에 넣어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침대 아래에도 넣어두었는데 방안에 향기도 나는 것 같고 숙면효과도 있는 듯하다. 올해에는 감국 차를 제대로 만들어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