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뚱딴지) (Jerusalem artichoke)
돼지감자(뚱딴지)꽃.
뚱딴지(Jerusalem artichoke)는 흔히 돼지감자라고 부르는데,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해바라기의 한 종류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먹을 수 있는 덩이줄기가 감자같이 생겼다. 식물체의 지상부는 거칠고 보통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서리에 약한 다년생식물로 키가 2~3m 자란다. 꽃은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피는데 화려한 노란색을 띠는 설상화(舌狀花 꽃잎이 혀처럼 길고 끝이 조금 구부러진 모양의 꽃을 통틀어 이르는 말)와 노란색·갈색 또는 자주색의 통상화(筒狀花 꽃잎이 서로 붙어 대롱같이 생기고 끝만 조금 갈라진 모양의 꽃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 땅속줄기인 덩이줄기는 좀 길쭉한 것부터 매우 긴 것까지, 또 형태가 일정한 것에서부터 울퉁불퉁한 것까지, 또는 가지를 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며 무게도 아주 적은 것부터 110g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껍질의 색깔은 연한 담황색에서 노란색·갈색·붉은색·자주색까지 있으며. 덩이줄기의 껍질은 매우 얇아 건조한 공기 중에 노출되면 금방 쭈글쭈글해지며 다육질로 된 살은 하얀색으로 파삭파삭하다. 덩이줄기를 심어서 번식시킨다.
캠프 옆 언덕배기에 돼지감자(뚱딴지)가 자라고 있는 것을 가을철 피어나는 꽃을 보고 알았다. 아주 오래전 고향에서 돼지에게 먹이로 주었던 돼지감자를 캐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바깥에서 월동하는 돼지감자가 땅속 깊이 있는 게 아니고 지표면에서 5~5cm 정도로 매우 얕게 묻혀있었다. 그래도 겨울에 돼지감자가 얼어 죽지 않고 봄이면 싹이 나오고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생김새는 일반감자와는 좀 다르다. 생강을 닮은듯하기도 하고 토란을 닮은듯하기도 하다.
돼지감자를 유럽에서는 요리에 넣는 채소로 많이 이용하고 프랑스에서는 가축의 사료로 오랫동안 심어왔으며. 미국에서는 그리 많이 심지는 않지만, 피클이나 양념, 다이어트 요리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가난한 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할 때에 뚱딴지를 삶아서 먹기도 하였지만, 맛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부분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소나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는데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심지 않아도 잡초처럼 번식력이 강해서 집주변 산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요즘 예쁜 노란 꽃이 한창이다. 토종식물이 아닌 귀화식물이다. 주제에서 벗어나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고 말하는데 단단한 줄기와 화려한 꽃이 피는 것과는 달리 뿌리에서는 연한 감자가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뚱딴지를 비유하여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돼지감자를 먹지 않았다. 돼지감자가 많이 있지도 않았고 고구마가 지천이었고 쌀이나 보리 같은 식량도 넉넉치는 않으나 부족한 상태는 아닌 편이었다. 그래도 겨울과 봄철에는 고구마를 하루 한 끼 정도는 주식으로 삼아 먹기도 하고 간식으로 고구마를 먹었고 돼지감자는 맛이 없어 사람은 먹지를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이 돼지감자를 삶아서 맛을 보기로 하였다.
냄비에 물을 조금만 넣고 약 20분 동안 찐 다음 꺼내어 껍질을 벗겨보니 일반감자처럼 껍질이 잘 벗겨지는데 속살은 수분이 많아 물컹물컹하다. 껍질을 벗긴 돼지감자를 먹어보니 전체의 맛을 100으로 볼 때 그래도 감자라는 이름이 붙어서인지 50% 정도는 일반감자 냄새가 나고 20%는 고구마 냄새가 나기도 한다. 나머지 30%는 삶아놓은 무 같은 냄새가 난다. 그러니 고구마 맛과 일반 감자에 맛 들여진 나의 입맛에는 영 맛이 없어 먹을 수 없다. 먹을 수 있다는 돼지감자보다는 가을철 노랗게 피는 돼지감자(뚱딴지)꽃이 훨씬 보기에 좋은듯하다. 이게 배부른 소리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