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멧돼지 사냥꾼

마 음 2015. 11. 27. 16:17

 

 

 

위의 이미지는 뒷동산에서 바라본 난함산과 앞동산.

 

 

 

첫눈이 내린 뒷동산에 올라보았다. 캠프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뒷동산에도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온이 아주 차가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영하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점심을 마치고 휴식과 운동을 겸해서 뒷동산에 오르는데 골짜기에서 사람들 소리가 나기에 살펴보니 사냥꾼들이 멧돼지 사냥을 나온 모양이었다. 저들을 피해서 능선으로 오르는데 어제 낮과 밤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낙엽 위에 하얗게 덮여있어서 고무장화를 신고 오르는 오르막길이 좀 미끄럽다. 낙엽 자체도 미끄러운데 낙엽 위에 눈이 내렸으니 더 미끄러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급한 일도 아니고 운동 삼아서 오르는 것이니 조심조심 올라본다. 그런데 능선길의 하얀 눈 위에 무언가 지나간 모습이 느껴진다. 분명 사람이 지나간 모습은 아닌데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이 산의 주인인 멧돼지나 고라니가 내 앞서 지나간 발자국의 흔적이었다. 호기심이 나서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하얀 눈 위에 떨어진 새빨간 핏방울 자국이 보인다. 허리를 굽히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사냥꾼들의 총알을 맞은 짐승이 조금 전에 지나간 모습이었다. 발자국 흔적을 따라서 얼마를 갔을까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서 낙엽 더미를 온통 뒤져놓은 곳에서부터 더는 발자국의 흔적을 찾아 따라갈 수가 없어 그만두고 좀 더 능선길을 오르다가 내려왔는데 짐승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면 사냥꾼에게 잡히지는 않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을 쳤지만, 어디에선가 탈진하여 지쳐 쓰러지고 말거나 겨우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이 겨울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사냥을 허용한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산에 들어간 사람을 사냥감으로 오인하여 총을 쏘는 경우가 있어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되는데 그런 경우를 생각하니 상하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나 또한 저들 사냥꾼으로부터 멧돼지로 오인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으니 공연히 저 아래의 사냥꾼들이 무섭고 겁이 난다. 다음에 올라올 때는 붉은색이나 노란색 등 색상이 선명한 옷을 입고 올라와야겠다는 생각을 상기하면서 뒷동산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