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화류
양귀비의 붉은 입술
마 음
2016. 6. 4. 14:54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서 천하일색(天下一色)이라 전해지는 양귀비(楊貴妃)의 입술보다 더 붉고 부드러운 느낌의 꽃 한 송이가 무뚝뚝하고 웃음에 인색한 중늙은이의 마음을 녹여주는가, 의자에 앉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나와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해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꽃잎이 어쩌면 저리도 붉고 아름다울까. 실바람에도 나풀나풀 춤을 추고 있는 듯이 잔잔하게 움직이는 연한 꽃잎에서 풍겨오는 매력을 무엇에 비교하랴. 개미처럼 가는 허리에 두른 비단 치마의 여인이 이보다 더 아름다우랴, 그러나 어이할꼬.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 아름다운 꽃의 자태도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향기 잃고 모양 잃어 볼품없는 꽃이 되면 벌 나비도 찾아오지 않으리니 오~ 안타까운 붉은 입술이여! 오~ 홀로 우는 중늙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