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요즘은 국화의 계절인데 아직 국화전시장 한번 찾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답답한 도심 속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국화를 보면 생각나게 하는 시인 서정주 님이 있었고 그분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 한구절은 중얼거릴 줄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화의 화려함만을 보려고 하였는가. 언제부터인가 집 앞 화단의 한편에 국화꽃이 피어 있었는데 모른척하고 다닌 것 같다. 꽃송이가 작고 약간의 검붉은 색의 국화를 지척에 두고도 아직까지 국화를 보지 못한 듯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니 무엇이 그렇게도 마음을 바쁘게 하였는가? 이른 아침나절에 잠시 외출하였다가 돌아오면서 마주친 국화를 앞에 두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국화 옆에 쭈그리고 앉아 국화를 본다. 누가 가꾸며 보살피지도 않고 옆에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되어 버린 옆에서 줄기가 자라고 때가 되니 예쁜 꽃을 피운 국화를 보니 조금은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느낀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국화의 모습을 한 장 촬영하고는 오늘은 이 국화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첨부하여 올려놓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는 세월을 일러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느니 흐르는 물과 같다느니 하는 말처럼 잠시도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시간은 어느새 가을이라는 계절도 지나고 입동절기를 지나 기나긴 겨울의 추위 속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언제였던가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도 여름도 가을도 지나고 이제는 다시금 겨울을 맞이하고 있으니 중늙은이에게는 세월의 흐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를 실감한다.
국화 옆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도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글쓴이 서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