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땅속에서 통통하게 올라오는 찔레순은 보기에도 부드럽고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엄마세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가 어렸을 적에도 일제 강점기에서 막 해방되고 뒤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먹을 게 별로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라서 이러한 찔레 순이나 송기 그리고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을 뜯어서 생계를 이어가던 때였습니다. 말 그대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어렵게 어렵게 생명을 이어가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입맛이 없다거나 밥맛이 없다거나 전국의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식도락을 즐기는 호시절과는 너무나도 다른 배가 고파서 견디기 어려웠던 그런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안산을 걸으면서 찔레 순을 꺾어서 먹어 보면서 옛 생각을 하였었는데 어느새 엄마얼굴을 닮은 하얀 찔레꽃이 곱게 피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우리곁에 존재하지 않으시는 엄마가 그리워지는 찔레꽃.
이연실 - 찔레꽃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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