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장맛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장마는 물러갔다고 하고 이제는 가을을 알리는 입추도 가깝고 말복도 1주일 정도 남았는데 불볕더위가 대단하다. 이러한 불볕더위를 피해서 강이나 산골짜기 계곡으로 피서 나들이를 많이 가는 모양인데 형편상 그렇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이가 들어 몸이 허약해진 노인들이 일하다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낮 불볕더위는 피해서 일을 하라고 하지만 어디 그렇게 한가하게 일할 농촌이던가. 이곳 마을의 농부들을 보아도 오후 2시만 되면 일터로 향하는 모습들이다. 지역특산품인 포도 수확기를 앞두고 멧돼지의 피해를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오늘 새벽에도 4시쯤에 밖에 나가보았는데 캠프 바로 옆 고구마밭에서 멧돼지가 농작물을 불법 수확하는 모습이어서 돌멩이를 집어 던졌더니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었다. 날이 밝아 밭으로 내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연세가 많으신 노인이 심어놓은 고구마밭을 뒤지고 있던 차에 나에게 발각되어 그나마 큰 피해를 막기는 하였지만, 해로운 짐승들의 농작물 습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이미 나의 고구마밭과 옥수수밭은 저놈들이 수확을 깨끗이 해주었으니 허허하며 하늘을 보고 헛웃음을 보내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산촌에 들어와 4년 차 농부 흉내 내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멧돼지나 고라니 산비둘기 같은 해로운 짐승들의 피해는 그렇다 하더라도 작은 곤충의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토마토를 몇 포기 심고 무농약 농법으로 가꾸어보니 토마토 수확기가 되면 노린재라는 곤충이 달라붙어서 열매마다 독침을 찔러 과즙을 빨아 먹기 때문에 독침을 맞은 토마토는 사람이 식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올해에는 저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토마토 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렸다. 무농약 친환경농법이라고 하는 것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절대 아니며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였다는 말일 게다. 복숭아나 자두처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그나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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