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본 향로봉과 왼쪽으로 이어진 능선.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있는 족두리봉. 봉우리 위에 한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족두리봉 위에서의 자화상. 도우미가 없어서 삼각대가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족두리봉에서 본 북한산 비봉능선
11월 07일 입동이 지나고 소설(小雪)을 3일 앞둔 오늘 지역에 따라서 눈도 내리고 기온도 많이 내려가 가히 겨울이 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어젯밤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어서 추위에 좀 약한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았던 것들을 닦아서 정리하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살펴보고 있는데 전과 달리 눈이 아프고 침침해지고 머리도 아파서 꺼버리고 커피 한잔을 만들어 마시고 나서도 무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평상심을 잊어버리고 방황할 때에는 시간이 더디고 답답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저의 마음이 꼭 그렇습니다. 무엇에 홀린 듯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거나 먼 산을 한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넋이 나간 사람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에 집중이 안 되고 안절부절 그렇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노력해도 잘되지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 하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걷는 것, 무작정 걸어가는 것, 생각도 없이 걷다가 살펴보면 앞에 무엇이 있는가?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아집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곳이 산입니다. 전철을 타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냥 방문 열고 마냥 걸어갑니다. 걷고 또 걷다 보면 하나둘 무엇인가 보입니다. 소리도 들립니다. 찬바람에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낙엽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윙윙대는 바람 소리도 들립니다. 차가운 솔 향기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2시간여를 길만 보고 걸어온 듯 합니다. 정신없이 그렇게 걸어온 듯 합니다.
어느 분이 산에서 내려오면서 시간을 물어보네요. 휴대전화기를 꺼내어 3시 40분이라고 알려주고보니 북한산 향로봉이 저 앞에 서 있습니다. 이곳부터는 바위가 많은 곳이고 오르막길이니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걸어야 할 듯 합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 가는데 더 멀리 갈 수는 없고 족두리봉을 거쳐서 집으로 가야할 듯합니다.
향로봉과 족두리봉 사이에 이르니 등산객 한사람이 낫과 작은 곡괭이와 부삽을 가지고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날씨가 춥다 보니 산에 오른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데 웬 낫과 곡괭이를 든 사람이?.... 산속에서 해 질 무렵에 이런 사람 만나면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만 나보다는 나이가 더 들어 보여서 무서운 생각보다는 먼저 염려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무엇하시는 거예요."하고 물었습니다. "나무를 하나 심으려는데 땅을파면 바위만 나와요."한다. 산에서 나무를 하나 케어가려고 하는가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가까운 곳을 가리키며 저기에 나무를 하나 심었는데 커다란 나무 때문에 그늘이 지어서 잘 자라지 않아서 다른곳에 옮겨 심을려고 하는데 땅을 조금만파도 바위가 나온단다. 이근처가 대부분이 바위산이다보니 흙이 있는것 같아 파보아도 이내 바위가 나와서 나무를 심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하기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은 흙이 있어서 인데 이미 다른 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고 빈공간에 심으려고 하니 바위가 나와서 쉽게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산아래 마을에 사시는 분인 것 같았습니다. 이 분과 헤어져 조금 걷다 보니 족두리봉 뒤로 저녁해가 가려져 검은 모습으로 보이고 뒤로는 향로봉이 저녁해를 받아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 모습을 하나 담아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꺼내어 몇 컷 촬영하였습니다. 여유를 부리고 있을만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부지런히 달려서 족두리봉에 오르니 찬바람이 많이 붑니다. 아래에는 두어 사람 있었는데 위에 오르니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자화상을 하나 촬영하려면 도우미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 할 수 없이 삼각대마저 꺼내어 설치하고 자화상을 한 컷 촬영하고 나서는 부지런히 하산길을 잡습니다.
(2008년 11월 19일 북한산 족두리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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