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나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경복궁에 들러보려고 찾아갔더니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하던가 오늘은 경복궁이 휴관하는 날인가 봅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굳게 닫혀있고 기타 외부에서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닫혀있습니다. 저야 뭐 다음에라도 언제든지 시간내어 갈 수 있지만, 모처럼 한국관광을 나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좀 아쉬운 마음이 들겠습니다. 외국인단체관광객들은 경복궁 휴관으로 궁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인지라 법천사지광국사현묘탑이 있는 궁 밖에서 보고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을 보니 제가 보기에도 좀 아쉬운 마음입니다. 따뜻해진 날씨로 산수유나무에는 노란 꽃이 피었고, 잔디밭에도 파릇파릇 초록의 잔디가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국보 제101호 법천사지광국사현묘탑(法泉寺智光國師玄妙塔)
법천사지광국사현묘탑은 8각 원당(圓堂)의 기본형에서 벗어나 평면 4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양식을 보여 주고 있어, 한국 묘탑(墓塔)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다.
기단 구조는 7층이나 되는 돌 명부(名部)에 조식(彫飾)이 가득차 있다. 구성은 지대석이 매우 넓고, 층층의 높이와 너비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지대석 네 모서리에는 용의 발톱 같은 조각이 땅바닥에까지 닿아서, 땅 위에 단단하게 밀착된 듯 안정감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맨 위층 갑석(甲石)에는 화려한 장막형(帳幕形)이 4면에 드리워져 있어 장엄을 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면에는 안상(眼象)·운문(雲文)·연화문(蓮華文)·초화문(草花文)·보탑(寶塔)·신선(神仙) 등이 빈틈없이 조각되어 있다.
탑신(塔身)에는 앞뒷면에 문비형(門扉形)과 좌우에 페르시아풍의 영창(영窓)을 조각하고, 다시 영락(瓔珞)으로 장식해 놓았다. 옥개(屋蓋)는 천개형(天蓋形)으로 장막이 드리워지고, 아랫면에 해당하는 위치에 불(佛)·보살(菩薩)·봉황(鳳凰) 등의 조각이 가득하다. 상륜부(相輪部)는 앙화(仰花)·복발(覆鉢)·보개(寶蓋)·보주(寶珠)가 층층으로 올려져 있고, 그 전면에도 조식(彫飾)이 가득차 있다. 형태를 보아도 자유로운 의장으로 조형되었을 뿐 아니라, 조각이 풍부하고 정교하다. 그 반면 웅건한 기풍이 없고 기교에 치우친 점이 눈에 띄지만, 고려 부도로서 유례를 볼 수 없을만큼 뛰어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탑에는 기단 네 모서리에 사자가 1구씩 있었으나 지금은 볼 수 없고, 탑 자체도 일찌기 한일합방 직후 일본 대판(大阪)까지 반출되었다가 반환되었다. 또한 6.25동란 때 포탄의 피해를 받은 것을 1957년에 보수하는 등 수난을 겪어 왔는데, 현재는 경복궁 경내에 있다. 법천사지에는 탑비가 아직 남아 있고, 탑과 비가 같이 서 있었던 건물 자리가 조사되었다. 비문에 의하면 지광국사(智光國師)의 입적(入寂)이 고려 문종 24년(1070)이며, 탑비를 세운 때가 고려 선종 2년(1085)이므로 묘탑의 조성시기는 국사의 입적 직후인 1070∼1085년에 세워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문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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