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명산 인왕산에는 얼굴바위라는 이름의 특이한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인왕산에 오르기 위해서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하차하여 독립문공원에서 바라보면 절벽 끝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는 형태로 보여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바위지만, 아파트 뒤편 무악 공원이나 인왕사 방향으로 인왕산에 오르면서 선바위 뒤에 있는 장군바위(누워있는 해골바위)라고 부르는 바위 앞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면 가슴 속을 뭉클하게 하는 어떤 형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왕산 등산 지도에는 얼굴바위라고 지칭하는 이 바위를 저는 개인적으로 「여인바위」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저 바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에는 정겹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는 아련하게 떠오르는 모습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우리가 어릴 적 시절의 기억 속에는 남루한 무명옷을 입으신 여인(당시 우리의 어머니들)이 마당에 앉아 푸성귀나 나물 같은 무엇인가를 손질하고 계시다가 사립문 쪽에서 나는 인기척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작 어릴 적에는 저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아도 아무런 생각도 느낌도 없었지만, 반세기가 훌쩍 지나 그 어린아이가 중늙은이로 변한 지금 기억 저편에 아련하면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정겨운 모습. 이제는 그리움과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베어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은 그 모습이 그리운 나의 어머니 모습과 같고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모습으로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인왕산 등산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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