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미운 짓만 골라서 하네

마 음 2015. 6. 18. 22:49

 

 

 

 

40여 년의 서울생활을 탈피하여 지난해 초부터 경북의 한 산골 마을에 거주하면서 경상도의 명산순례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명산순례는 뒷전이고 농부흉내를 내보려고 황무지 같은 밭을 정리하여 옛날 농사짓는 방식대로 몇 가지 농작물을 심어보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랫동안 지속한 가뭄으로 농작물에 물이 부족하여 힘들여 물을 길어다 주면서 농작물이 말라죽지 않고 비가 올 때까지만 생존하여 주기를 기다리는 데 자연의 힘은 위대하여 가늘고 힘없는 호박 줄기에서도 꽃이 피고 앙증맞은 열매가 맺는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백두대간 산림이 우거진 산촌이다 보니 고라니가 매일같이 마을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간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어 산에 먹을 게 부족하여 고라니가 배가 고파서 마을에 내려와 농작물을 훔쳐먹으려고 한다면 저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가면 좋은데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고라니는 농작물을 망가트려 놓고 간다. 나는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농부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다. 저 애호박 하나 열리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삶의 의미에 즐거움과 행복을 찾고자 하여 힘을 들이고 땀을 흘리는데 고라니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렇게 귀중한 열매를 잘라놓고 가버렸다. 참으로 미운 녀석이다.

 

이 녀석은 오늘 밤에도 찾아와 어느 곳을 후벼놓고 다닐 것이다. 산에서 살아가는 짐승이 마을에 내려와 농작물을 훔처 먹는 것도 미운데 배가 고파서 배가 부를 만큼 먹고 가는 것은 그래도 참고 이해를 하겠는데 먹지도 않고 이렇게 물어뜯어 놓고 가버리는 고라니가 정말로 미운 녀석이다. 미운 놈이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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