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호박 같은 내 얼굴

마 음 2015. 8. 20. 17:30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 나의 경작지에서 건너다본 백두대간 난함산 정상(왼쪽)과 김천시 봉산면 봉계초등학교 앞 봉산 문화마을까지 길게 늘어선 남쪽 능선이다. my camp에서는 앞산이 되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동쪽 산이다. 경작지에는 일반호박과 단호박 등 호박 2종류와 고구마 감자 들깨 강낭콩 옥수수 토마토 오이 가지 당근 부추 대파 메주콩 등 다양한 농작물을 심었으나 초보 농부흉내 내기의 차원이라서였는지 이 지역의 기후 탓인지 멧돼지와 고라니 같은 산짐승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고구마밭은 여물지 않은 상태지만 고라니가 잎을 뜯어먹고 가는 것 말고는 멧돼지의 피해가 없어서 그런대로 좋은 수확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이곳 동네어른들의 말씀으로는 고구마밭은 언제든지 멧돼지가 한 번만 들어와서 들쑤시고 가면 끝장이라고 한다. 말이 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호박농사로 늙은호박(청둥호박)을 생산하여 겨울에 호박죽을 쑤어먹고 싶은 마음에 호박구덩이 88개를 파고 밑거름을 하고 호박 씨앗을 파종하였는데 1/3 정도의 구덩이에서만 씨앗이 발아하였는데 올해에는 유난히도 긴 가뭄으로 물을 길어다 주면서 그나마라도 살리느라고 고생을 하였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고생을 하였더니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고 할까? 호박이 열리고 20여 개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이 나에게 주는 고마운 선물이라고 여기면서 가을에 늙은호박 수확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뭄과 더불어 높은 기온 탓으로 화상을 입었는지 스스로 꼭지가 떨어지면서 모두 낙과(낙호박)하고 말았다. 이런 비운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 하늘이여 땅이여!

 

 

 

     

 

커다란 늙은호박(청둥호박)을 따서 들고 기뻐하는 필자(파란마음)가 아니다. 얼굴에 웃음을 띠며 웃고는 있지만, 기뻐서 즐거워서 행복해서 웃은 게 아니다. 호박이 열상을 입어 호박 줄기에서 저절로 떨어져서 썩어가는 호박을 들고 망연자실 기가 막혀서 허허실실 웃고 있다. 사과 같은 내 얼굴인가 호박 같은 내 얼굴인가. 이렇게 큰 호박 20여 개가 자연현상으로 호박 줄기에서 스스로 떨어져서 썩어가고 있다. 늙은호박을 얻으려고 좋아하는 애호박나물을 해먹는 것도 참으면서 키웠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확인해본 결과는 지금 이만한 늙은호박 2개가 온전한 모습으로 줄기에 달린 모습이 보이는데 제발 그거라도 온전하게 여물어서 호박 씨앗이라도 남겨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작은 호박이 열리기는 하지만 이것들도 기후 탓인지 병해 탓인지 조금 크면 속부터 썩어서 떨어져 버리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청둥호박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다. 농부흉내 내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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