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도 일어나 숨을 쉬고 싶어 한다는 강원도 고성의 소똥령 숲길(산소길)을 걷기 위하여 회원 28명을 태운 버스는 한강 변을 따라서 진부령 고갯길을 향해 달린다. 태풍 짜미가 일본열도를 향해서 올라오고 있다는 기상예보는 있지만, 태풍의 중심부가 일본열도이고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에는 간접적인 영향으로 남부지역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좀 내릴 것이라는 예보는 있었는데 서울지역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듯 밝은 태양이 비추고 있는 상쾌한 아침이다.
가평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은 구불구불 백두대간 진부령 고갯길을 넘어 10시 50분 소똥령 숲길 입구에 도착하였다. 이름도 생소한 소똥령 숲길을 걷게 될 회원들의 모습이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소똥령 숲길로 들어서자 계곡을 건너는 흔들다리가 있다. 흔들다리의 하중은 성인남녀 약 20여 명이 적정수준이라고 하여 울 일행도 한꺼번에 건너지 않고 조금씩 나누어 건너간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출렁다리 아래로 북천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똥령 숲길 옆에도 작은 골짜기가 있어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이정표도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예전에는 소똥도 많이 있었겠지만, 지금이야 어디에서도 소똥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죽은 자도 숨 쉬고 싶어 하다는 청정 숲길로 변하였으니...
숲길 주변은 온통 노송과 참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이 설악산의 북쪽 끝자락에 속하는 지역이어서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는 거라고 여겨진다.
소똥령 숲길 1봉 2봉을 거쳐서 3봉에 이르렀다. 가파른 숲길에는 멍석 패드를 깔아서 산책로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려고 애를 썼지만, 우리들의 발걸음이 자연을 훼손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1봉 2봉 3봉 모두 정상에는 이처럼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발걸음으로 자연이 아파하는 일이 적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소신으로 소똥령 숲길을 즐긴다.
소똥령 숲길 3봉을 마지막으로 이제부터는 조용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어떤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보물은 이미 우리 가슴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지 않았을까. 죽은 자도 일어나 숨을 쉬고 싶을 만치 깨끗한 청정에너지 산소. 이보다 더 무슨 보물을 원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는가.
흔적이 묘연한 묘터 자리에는 망부석만 자리를 지키네.
조용한 소똥령 숲길을 걷는다.
북천의 칡소 폭포에 이르렀다. 칡소는 우리의 토종 소를 말하는데 폭포의 이름을 칡소라고 명명하였다. 칡소이든 아니면 깊고 검은빛의 칙칙한 물웅덩이가 칡소로 변음된 것이든 예전에 칡소를 몰고 이 소똥령 고개를 넘나들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고성에서 인제의 우시장까지 가려면 소똥령을 넘고 진부령 고갯길도 넘었겠지. 칡소 폭포의 하얀 물보라가 소똥령을 넘는 칡소의 입 주변에 흘러내리는 목마른 하얀 침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숙이며 누렇게 잘 익어가는 벼 이삭을 바라보니 예전 고향에서 농사일을 거들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린다. 집에서 학교로 가던 길 양쪽으로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지. 호남평야의 한 모퉁이 내 고향.
13시 50분 28명의 회원 전원이 주차장에 내려왔다. 10시 50분에 흔들다리에서 시작된 소똥령 숲길 걷기는 유유자적하면서 약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참 좋은 숲길을 걸었다고 여겨진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독초인 천남성의 열매로 보인다.
가을의 대표적인 야생화 구철초.
숙부쟁이꽃.
소똥령 숲길을 걸으며 함께 본 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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