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창 유행하던 스킬자수로 만든 포효하는 모습의 호랑이. 가로 80㎝ 세로 110㎝의 대형 스킬자수로 이것을 완성하는 데는 숙련도에 따라서 각자 다르겠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30~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작품을 만든이도 싫증 남을 느꼈을까. 아니면 표구의 유리가 깨진 것을 새로 갈아 끼우는데 드는 비용이 아까워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더 나은 주거지로 이사를 하게 되어 그곳에 걸맞은 작품이 아니라고 여겨져서일까. 어느 이웃이 이사하면서 버리고 갔었다. 서울에 거주할 때이니 어느새 5년 전의 일이다. 이것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과 정성을 잘 알기에 필자는 스킬자수만 수습하여 두었다가 산촌으로 오면서 가져와 캠프 벽에 걸었다.
몇 해 전 겨울에 캠프의 앞산이라 부르는 백두대간 난함산을 오르면서 하얀 눈 위에 선명하게 찍힌 커다란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을 목격하면서 호랑이 발자국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는 터에 호랑이 발자국이라고 우겨 댈 수도 없어 발자국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등산용 지팡이를 줄자로 대신하고 사진을 촬영하여 저의 SNS(블로그 2014-12-25)에 올려두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혹시나 또다시 호랑이 발자국을 만나볼 수 있을까 하여 눈이 내리면 앞산이나 뒷산을 올라가 보지만, 멧돼지나 고라니 발자국 말고는 커다란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은 볼 수가 없고 올겨울에는 그나마 눈도 내리지 않아 그러한 기대를 잊고 살면서 벽에 걸린 스킬자수로 만든 호랑이를 보면서 언젠가는 한반도에도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 듣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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