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이 중첩되는 서울둘레길 19코스 정릉지구를 걷다가 작은 계곡에서 혼자 놀고 있는 가재를 만났다. 탐방객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 옆의 작은 계곡에 유난히도 맑은 물이 고여있는 모습이 보여 웬일인가 하는 마음으로 넌지시 바라보았는데 그곳에 반가운 가재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려고 나온듯하였다. 불청객의 인기척에 가재가 달아나 숨어버릴까 봐 조용히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두 컷을 촬영하고 행여 불청객의 인기척이 가재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걸어 나왔다. 서울둘레길을 걷다가 북한산의 작은 계곡에서 가재를 만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가재의 서식환경이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많이 번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재는 십각목 가재과에 속하는 주로 민물에 서식하는 절지동물로 학명은 Cambaroides similis이다. 바다가재류와 유연관계가 매우 가깝고, 민물가재 혹은 참가재라고도 한다. 수질오염이 되지 않은 1급수에만 서식하는 동물로 청정지역의 지표생물로 여겨진다. 가재는 머리와 가슴이 붙어 있고 몸체는 분절되어 있으며, 모래와 같은 노란색이거나 녹색 또는 짙은 갈색이다. 머리에는 날카로운 주둥이가 있고 눈은 움직이는 자루에 달려 있다. 몸체를 덮고 있는 외골격은 얇지만 단단하다.
5쌍의 다리 중 가장 앞에 있는 1쌍에는 크고 억센 집게발이 달려 있다. 복부에는 더 작은 부속지가 5쌍 있다. 길이는 보통 7.5cm 정도 되는데, 가장 작은 축에 드는 미국 남동부의 캄바렐루스 디미누투스는 2.5cm에 불과하다.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인 태즈메이니아의 아스타콥시스 고울디는 길이가 40cm에 이르고 무게는 3.5kg 정도 된다.
시냇물과 호수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흔히 바위나 통나무 밑에 몸을 숨긴다. 일부는 바닷물과 강물이 섞여 있는 기수나 바닷물에 살기도 한다. 달팽이나 곤충의 유충·벌레·올챙이 등을 잡아먹고 밤에 가장 활동적이다. 어떤 것은 식물을 먹는다. 가재는 가을에 짝을 지어 봄에 알을 낳는다. 암컷의 복부에 붙어 있던 알은 5~8주 만에 부화한다. 유생은 몇 주 동안 어미 곁에 머문다. 성적으로 성숙하는 데는 몇 주에서 몇 년이 걸리고, 종에 따라 다르지만 1~20년 산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작은 개울을 복개하거나 계곡 등을 유원지로 개발되면서 1급수가 적어져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 2011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찰종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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