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북한산 향로봉에서!

마 음 2006. 1. 22. 10:21

 

탕춘대성 지킴터

 

북한산 향로봉에서!

2006년 01월 22일 일요일 쾌청 40여 일 동안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다가 요 며칠사이 제법 따사로운 날씨가 계속되어 반갑다. 오늘은 북한산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 지난 01월 15일에 다녀왔으니 일주일 만인가 보다. 산에 많이는 못 가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등산을 하여 건강을 다지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물론 멀리는 못 가도 집 근처 약수터가 있는 안산에는 자주 올라가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볼거리가 많은 북한산이 좋은데 자주 올라가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은 서울 근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명산 중의 명산이다. 산행준비를 모두 마치고 집을 나서려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이 없다. 아차! 어제 아침에(21일 아침에) 회사 사무실에서 근무복을 갈아입고 퇴근하면서 그냥 온 것이 분명하다. 어제도 지갑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잊고 있었고 오늘에야 교통카드도 필요하고 국립공원 입장요금도 지불해야 하고 하여 지갑을 찾으니 이게 없다니 참 난감하구나. 교통비야 집에서 가까운 홍은동 쪽에서 올라간다면 걸어서 가도 되니까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국립공원입장료는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어찌하는가, 그렇다고 산행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포기할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입장료를 안내는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일단은 홍제동집을 나섰다. 바깥기온이 영하 5도라고 하고 바람이 부니까 체감온도는 영하 7~8도쯤 되겠지 생각된다. 

 

 

홍은동고개에 이르니 산에 오르기 위해서 나선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산을 좋아하는 인구가 많이 생긴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금 살기가 힘들다 경제가 어렵다 하면서도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인지 아니면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오늘처럼 일요일 같은 날에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할 정도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니 머리 위로 스치고 지나가는 찬바람이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산에 오르면서 등산 모자를 쓰지 않는다. 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느껴보고 싶어서다, 답답하던 가슴속도 확 뚫리고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날씨도 쾌청하여 푸르른 하늘이 더욱더 높고 푸르다. 잎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가 나의 마음을 더욱더 시원하게 만든다. 한 참을 걸어올라 오니 저만치 국립공원매표소가 보인다. 저 매표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요즘 같은 시절에 입장료 1,600원이 없어서 그냥 가겠다고 한다면 욕먹을 일이고 저 매표소를 피해 갈 만한 곳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사정얘기를 해 보던가. 그러나 내가 사정얘기를 한다고 해도 믿어줄까 싶지가 않다. 또한 나는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넉살 좋은 사람도 아니다.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샛길을 택하여 가는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데 주변에는 사람들도 많고 갈만한 샛길도 없다. 매표소 주변에는 대부분 울타리가 둘러쳐 있고 샛길도 없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처럼 슬며시 뒤돌아서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간다. 매표소를 피해서 산에 오를 수 있는 샛길을 찾아서…


조금 내려오니 무너진 성벽 아래로 사람들이 많이는 다니지 않았어도 길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 길은 아마도 지금의 나처럼 매표소를 피해서 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다니는 샛길이라고 생각된다. 내 인생에 있어서 내 양심을 속이는 것이 몹시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오늘 하루만은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가야만 한다고 다짐하면서 내려서서 걸어야만 했다. 이렇게 해서 산에 올라가면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오늘은 어찌하는 도리가 없다고 자위하면서 걷는데 어느 여성 2인조 등산객을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는데 그 등산객들이 하는 소리가 나를 위로한다. 산에서 피해 가야 할 곳이 “매표소”라고 하지 않는가. 요금(1,600원)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아! 저 사람들도 매표소를 일부러 피해서 가는 얌체족이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나 혼자서만 오늘 이렇게 무임산행을 하는가 하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가는데 저 사람들은 아마도 자주 무임산행을 하는가 생각하니 나 자신이 더욱더 부끄러워지고 얼굴이 붉어진다. 어찌했거나 나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고 산에 오르는 무임산행을 하게 되었다. 눈앞에 우뚝 서 있는 향로봉이 나를 내려다본다. 짙푸른 하늘아래 우뚝 서 있는 저 향로봉의 수호신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네 이놈 무임산행을 하다니 내가 너에게 벌을 내리겠노라” 하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명산 북한산의 수호신은 마음이 한량없이 너그러우신 분이다. “오늘 하루는 눈 감아 줄 테니 즐겁게 놀다가 가거라.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라.” 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렇게 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솔직한 나의 마음일 것이다. 시간을 보니 13시가 다 되었다. 배도 고픈 것 같고 춥기도 하고 하여 준비해 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놓고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니 몸이 풀리는 것 같다. 주변을 바라보니 향로봉꼭대기를 제외하고 향로봉의 우람한 몸체로부터 그 아래로 가지각색의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것이며 잎은 말라붙어 있어도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참나무와 아직도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도 있고. 특히나 아직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참나무에 그대로 매달려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소리와 어울려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는 모습은 그 어떤 음악소리도 그림으로도 흉내 내지 못할 것이다. 풀 한 포기 작은 나무 한그루가 모두 우리들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을 것인데 우리가 이것들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자연이 황폐하면 인간도 황폐하여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이던 1950년대의 산을 보면 민둥산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가 없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간 나라에서 산림녹화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요즘은 시골의 작은 산에도 수풀이 우거저서 사람들이 들어가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을 만큼 자연을 잘 되살려 놓았다. 이제는 우리가 이 자연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잘 보존할 수 있도록 교육도 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의 무임산행은 오늘로 끝이어야 하고 이일을 계기로 산에 대한 사랑을 한층 더 많이 가져야 할 것이다. 컵라면과 과일을 맛있게 먹고 나니 온몸에 더운 기운이 돌고 생기가 돋는다. 향로봉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찍어보고 정상으로 오르면서 나만의 자연을 즐겨본다. 하늘은 짙푸르고 아래로는 서울의 북서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멀리로는 경기북부지역의 주거지역이 수많은 산등성이 사이사이로 올망졸망 보인다. 향로봉 조심스레 올라 아래를 보니 더없이 행복하다. 이러한 기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른다. 다시금 내려가야 하는 길인데도 오르는 인간의 마음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오르고 또 오른다.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사람이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마는 사람은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향로봉을 돌아 내려 족두리 봉으로 향하여 내려가려니 지난번의 산행에서 왼발의 엄지발가락 복사뼈에 생긴 물집자리가 다 낮지 않아서 또 아프기 시작했다. 아픈 것을 참아가면서 천천히 족두리 봉으로 향하면서 오늘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즐거운 하루의 끝자락에서 쉬운 하산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그 하나를 연출하게 된다. 하산을 하면서 일부러 길을 돌아서 그 매표소 앞을 통과한다. 의연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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