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의상능선 용출봉 커다란 바위벽에 紫明海印臺(자명해인대)라는 글이 음각되어 있는데 꽤 오래전에 새긴 글 같습니다. 이 바위의 위에 올라서면 편편하여 주변을 둘러보기에도 좋고 몇몇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에도 좋은 전망대인데, 예전부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느낀 감정을 이렇게 간결한 글귀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명(紫明)은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자명으로 아름다운 북한산을 노래하는 말이겠고, 해인(海印)은 직역하면 바닷물에 도장을 찍는다는 뜻일 텐데 바닷물에 도장을 찍으면 무엇이 남을까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북한산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욕심이나 번뇌를 바닷물에 도장을 찍듯 모두 잊어버리고 내려가기에 좋은 장소라는 뜻이겠지요. 이곳 자명해인대 암반 남쪽에는 천년고찰 백화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국녕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아마도 두 사찰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의 솜씨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움보살 옵마니반메흠.
용출봉(좌)과 의상봉(우). 멀리 뒤로는 노고산 능선.
우리 속담에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고 하였습니다. 고난을 잘 참고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온다는 말이지요. 여기 보이는 작은 소나무를 저는 용출봉 일송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예전에 여기 철재 계단이 설치되기 이전에는 의상능선을 오르내리면서 이 작은 소나무를 손잡이 삼고 발판 삼아 오르내려서 소나무의 껍질이 모두 벗겨지다 못해 속살까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천우신조로 소나무가 등산객들의 발길에 치여 고사하기 직전에 북한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소나무 옆에 철재 계단을 설치하여 등산객들의 안전을 돕고 소나무는 귀중한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물론 철재 계단을 설치한 목적은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 작은 소나무를 위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철재 계단을 설치함으로 소나무가 죽지 않고 살게 된 것이지요. 우리에게 등산문화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자라던 소나무가 어느 날부터 등산객들의 발에 치이기 시작하면서 죽음의 문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들었을 작은 소나무. 이제는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속껍질까지 벗겨진 자리가 조금씩 복원되어 가는 모습을 보니 참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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