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22일차 (대미산-차갓재-황장산-벌재)
대미산 아래에서 날이 밝았습니다.
백두대간 남한지역 중간지점.
투구꽃.
송전탑.
황장산 정상석.
단양에서 문경 방향의 벌재고개.
2013년 9월 20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대미산 근처에서 마땅한 쉼터를 찾지 못하고 한참 내려와서 겨우 찾은 쉼터가 약 10도 정도의 경시진 곳이어서 쉼터가 매우 불편하였습니다. 누워있으면 몸이 자꾸만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밤새껏 선잠으로 뒤척이다가 04시에는 일어나 앉아 탠트안에서 조심스럽게 버너에 불을 붙이고 불의 크기를 줄여 물을 한 컵 끓여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십니다. 좁은 탠트 안에서 버너에 불을 붙이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탠트 자체가 불연성이 아니고 쉽게 불이 붙는 재질이라서 약간의 고열을 받으면 쉽게 불이붙고 탠트 안에 있는 사람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루 커피 한 숟가락에 설탕을 약간 넣어서 타는데 새벽에 마시는 커피의 맛은 어떨까.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마도 새벽이라서 입맛도 없는데다 씁쓸한 커피의 맛이 그저 그렇지요. 커피를 좋아해서 가루 커피와 설탕을 준비하여서 다니는데 오늘 새벽의 커피 맛은 좀 씁쓸합니다. 아마도 오늘 사용할 식수가 부족하여 걱정이 되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이에 날이 좀 더 밝아져서 밖으로 나가보니 나뭇잎에는 약간의 이슬이 맺혀 있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 이 정도면 걷는데 크게 불편은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안개가 없으니 이슬이 많이 맺히지 않은 것입니다. 백두대간의 등산로는 넓은 곳도 있지만, 폭이 좁고 수풀이 우거져 있어 수풀에 이슬이 맺혀 있으면 걸을 때에 몸에 이슬이 베어들어 비를 맞은 듯이 걷기에 매우 불편합니다. 이슬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 산 아래에서는 한가위 추석 명절을 재미있게 보내고 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오늘 걷게 되는 백두대간 길은 시야가 좋고 편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식수도 매우 부족한데 등산로마저 험하면 물을 많이 소모하기에 그렇습니다. 현재 물은 한 컵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상태지요. 어제는 수림이 우거져 있어 앞만 보고 걸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오늘은 시야가 트여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미산을 내려오면서 샘물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표지라도 있는지 눈이 빠지라고 살피면서 왔지만 대미산의 눈물샘은 찾지못하고 내려왔습니다. 차갓재에서도 마찬가지로 샘물을 찾지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아무리 물을 아껴도 이제는 물은 반컵 정도 남았습니다. 앞에는 험한 황장산이 기다리고 3시간 정도는 걸어야 벌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황장산을 오르는데 쾌나 험한 산이더라고요. 황장산을 어렵게 올라와 감투봉 방향으로 막 진입하는데 앞에서 등산객 한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고는 그 사람의 배낭 옆주머니에 들어있는 물병을 보았습니다. 두 개의 물병이 있는데 하나는 황장산에 올라오면서 마신 듯 반병 정도만 남아있고 한 병은 그대로 있더라고요. 저는 체면 불고하고 오면서 물을 얻지 못하여 물이 너무나 부족한데 물을 조금만 얻자고 말을 하면서 저의 거의 빈 물병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남은 반병의 물을 모두 저의 빈 병에 부어 주더라고요.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이분도 이제 막 산에 올라왔는데 하산할 때까지는 물이 많이 필요한데 저에게 주고 한병만 갖고 가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 때문에 식수가 부족하여 고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황장산에서 저에게 식수를 나누어주신 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 물을 아껴 먹으면서 무사히 벌재까지 왔습니다. 벌재에 도착하니 12시가 되었더군요. 계획상으로는 저수령에서 하산을 하려고 하였으나 식수부족으로 몸도 피곤하고 시간도 그렇고 이곳에서 하산하여 귀경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벌재의 계곡에서 대충 몸을 닦고 지나가는 차량을 하나 세워서 신세를 지며 단양 방곡리 버스정류장까지 오는데 마침 단양 시내버스가 오고 있어서 단양에서 서울로 귀경합니다. 단양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3시간이 소요되네요. 문경 방향에서는 벌재를 넘어왔다가 돌아가는 버스가 있으나 단양에서는 방곡리가 종점이라고 하더군요. 다음에는 서울에서 문경으로 와서 버스를 이용하여 벌재에서 하차하면 수월할 듯하였습니다. 백두대간 단독종주 제4차 5박 6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하였습니다. 곧 제5차 출발하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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