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살기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기도 합니다. 천륜을 따라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기도 하고 우연으로 좋은 이웃으로 만나고 좋은 친구로 만나기도 하고 악연으로 만나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필연으로 헤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헤어짐을 아쉬워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 통곡을 하면서 헤어지기도 합니다. 때론 헤어짐이 가슴속에 맺힌 체기가 내려가듯 시원한 헤어짐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우리가 고사리손 움켜잡고 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참으로 천사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엄마의 가슴속에 얼굴을 묻고 달고 맛난 엄마 젖을 찾아 물면 참 행복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고 이제는 중년(中年)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은 가벼워지고 오랜 세상살이에서 얻어진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진 중년(重年)이 되었습니다.
온갖 풍파에 시달리면서 곱게 다듬어진 몽돌처럼 이제 우리는 重年으로써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무게를 잃지 말아야 하고 몽돌 같은 모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자존심 같은 거 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버려도 누가 가져가지도 않습니다. 이미 우리의 자녀세대가 이 나라와 사회의 기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때에 우리의 자존심은 땅에 버려두어도 억울할 것도 없고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 해변의 몽돌처럼 이리저리 자유롭게 구르면서 그렇게 편안하게 살면 참 행복입니다.
우리 속담에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린아기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나이 든 사람을 비아냥대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모나기도 하고 뻣뻣 하였던 몸과 마음이 시간이라는 굴레 속에서 터득한 지혜로 연마되고 다듬어져서 어린아이도 갖고 놀기에 좋은 몽돌처럼 맨들맨들 곱고 순수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60세가 되면 환갑이라고 하는데 건강하게 환갑을 맞도록 살았으면 한평생으로는 충분한 것이고 이후부터는 덤이라는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면 좋을 것입니다. 이제는 중년(中年) 세대의 알량한 지식이나 자존심 같은 거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면서 서로 부딪쳐도 마음에 상처받지 않는 그런 중년으로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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