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지리산 종주 1 (성삼재 휴게소 ~ 벽소령대피소)

마 음 2016. 5. 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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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고개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두 팔을 활짝 들어 반겨본다. 지리산에서 이처럼 환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어찌 아름답고 감격스럽지 않으리오. 




   


















































































오십 대 중반에서 칠십 대 초반의 아름다운 중년들을 상대로 지리산 종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등산 당일의 날씨가 제일 걱정되는 일이다. 천재지변은 우리의 삶에서 그 무엇하나도 거스를 수 없는 일이기에 정말로 일기가 불순하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취소하면 되는 것을 뭐! 하는 마음으로 지난 3월 04일 다음 카페(Daum Cafe) 「중년의 행복한 쉼터」 산행동호회 지리산 종주 대원 모집 공지를 올리고 참여자를 기다린다. 


서울에서 출발하기는 5월 6일 심야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7일과 8일 이틀 동안에 지리산을 종주하고 8일 오후에 상경한다는 일정의 계획으로 대피소 예약날인 4월 15일 이전까지 17명의 회원이 모집되어 15일 대피소 예약을 마치고 열차표 예매하기까지 무사히 마치면서 이제는 당일 날씨가 좋아 즐겁고 행복한 지리산 종주 등산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기다린다.


최종 당일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3명의 결원이 생겨 14명이 지리산 종주 길에 올랐다. 5월 6일 특별휴무까지 지정되면서 4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일부가 된 우리 일행도 한몫을 하게 된 셈이다. 6일 22시 45분 용산역을 출발한 여수엑스포역행 무궁화호 열차가 다음날 새벽 03시 10분경 구례구역에 도착하고 역 근처에서 해장국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공깃밥을 추가로 구매하여 점심밥으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특별교통수단으로 성삼재 휴게소로 이동하여 05시 정각에 서서히 밝아오는 빛을 밟으며 지리산 등산길을 오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큰 별들은 아직도 초롱초롱 반짝이며 우리들의 발걸음을 축복하는 듯이 내려다본다.


노고단 고개에서 휘황찬란한 일출을 맞이한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지리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소돔과 고모라 성에 의인 한 사람만 있었어도 멸망하지 않았을 터인데 의인이 단 한 사람도 없어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왔다는 성서의 이야기처럼 우리 일행 중에 의인은 아니더라도 3대를 이어 덕을 쌓은 선한 회원이 있었는가 보다. 날씨가 참 좋아 동쪽에서 휘황찬란한 일출이 솟구쳐 오른다. 지리산 산신령님이시어 감사합니다.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주 등산로에서 벗어나 약 1km 지점에 있는 반야봉(해발 1,732m)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일행은 반야봉을 올랐다가 내려오기로 한다. 반야봉은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므로 조금 오르다가 다시 주 등산로로 내려가는 지점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몸으로 반야봉을 올랐다가 내려오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걸으니 가파른 반야봉 등산로라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른다. 지리산 종주 등산로가 대부분 능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야가 좋지만, 반야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지리산의 풍광은 참으로 장쾌한 모습이다.


성삼재→ 노고단→ 임걸영→ 노루목→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아래에 도착하니 10시가 되었다. 아침을 일찍 먹었으니 이곳에서 1시간 동안 휴식겸 점심을 먹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 명선봉→ 연하천대피소→ 삼각봉→ 형제봉→ 벽소령대피소에 제일 늦은 일행이 도착하니 15시 40분이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불고기로 차린 지리산 산상만찬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해발 1,350m 높이의 벽소령에 차려진 산상만찬을 즐길 수 있는 강인한 채력을 소유한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것도 젊은이가 아닌 육십대 중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벽소령은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와 함양군 마천면을 연결하는 고개이다. 벽소령은 달밤이면 푸른 숲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매우 희고 맑아서 오히려 푸르게 보이므로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 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벽소령의 달 풍경을 일컫는 벽소명월(碧霄明月)은 지리산 십경 중 제4경이다. 밀림과 고사목 위로 떠오르는 달은 천추의 한을 머금은 듯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


지리산은 동서로 약간 길쭉한 편마암 복합체로 이루어진 거대 산체이다. 편마암 산체는 한반도 남부에 위치하여 판구조 운동으로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분리되어 나갈 때 형성된 단층과 구조선이 강하게 발달하고 있다. 단층이나 구조선들은 지표면에서는 직선상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처럼 지구조 운동의 영향으로 형성된 직선상의 골짜기를 학술적으로는 선구조[lineament]라고 부른다.


이런 선구조 중의 하나가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피아골의 연곡사에서 하동군 연동계곡·의신계곡을 거쳐 벽소령과 덕평봉 사이의 능선을 가로질러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계곡과 칠선계곡 입구까지 이어지는 북동~남서의 선구조이다. 위성사진에서 보면 누가 봐도 칼로 벤 듯한 직선상의 선구조는 지표에서는 좁고 가파른 비탈면을 지닌 V자 계곡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벽소령 북쪽 비탈면에는 함양군 마천면 소재지에서 양정마을을 거쳐 지리산 자연휴양림까지 비슷한 방향의 북북동~남남서의 구조선이 형성한 계곡이 지리산 주능선부까지 발달해 있고, 그 사이의 중간 지점이 벽소령이다. 즉 벽소령이 교통로로서 기능한 것은 벽소령 자체의 자연적 조건 때문이기보다는 지리산 남쪽과 북쪽 비탈면에 발달한 골짜기의 연결 지점으로서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기 때문이다.


벽소령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45㎞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길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고개로 높이는 1,350m이다. 옛날에는 함양군 마천면과 하동군 화개면을 이어 주던 교통로였다. 벽소령에는 부자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의 음정마을 전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에게 흔히 ‘나무꾼과 선녀’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지금의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하정에 인걸(仁乞)이란 사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매일 나무와 사냥을 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못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걸 훔쳐보던 인걸은 날개옷을 훔쳐서 오다가, 그중 아미(阿美)라는 선녀의 날개옷이 돌부리에 걸려 찢어져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인걸은 아미 선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인걸은 그 후 하늘나라에서 아미 선녀와 살 것을 허락받고 두 남매를 낳아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아미가 장난삼아 보관 중이던 찢어진 날개옷을 한번 입어 보자고 했다. 인걸이 찢어진 곳을 기워서 입혀 주자 아미는 그만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 후 인걸과 두 남매는 아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내려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뒤 벽소령 높은 곳에 바위 셋이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부자바위라 칭하고, 후세 사람들은 이 계곡을 아미 선녀가 날아서 떠났다 하여 비리내계곡[비린내골]이라고 부른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