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사월의 어느 날에

마 음 2024. 4. 21. 20:52

 

며칠 동안 이어지던 황사현상이 어제 내린 봄비로 말끔히 씻겨나간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구름 아래 대지는 깨끗하여 산책하면서도 마음껏 심호흡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온 세상이 푸름 푸름으로 뒤덮여 있어 어디를 바라보든지 시원스럽고 초록의 향긋한 내음이 심장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고 몸이 살찌는 느낌이다. 이런 날이 얼마동안이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은 참 좋은 시간이다. 오후 느지막이 올라보는 봉산산책로에서 모처럼 청정한 산내음을 마음껏 호흡하니 도심 속의 삶에서 느끼던 답답함이 시나브로 사라지는 참 좋은 사월의 오후시간이다. 어떤 시인은 말하기를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사실 우리에게도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달이다. 1960년 4.19 학생의거가 있었고, 2014년 4월 16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꿈 많고 패기(覇氣) 넘치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으니 잔인한 사월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일도 있었으니 여야를 막론하고 낙선한 그들에게는 잔인한 사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 일들은 지나간 시간 속에 남겨두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오늘처럼 좋은 사월의 푸릇푸릇한 하루하루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빌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