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여행

백석산 이야기(백석산-잠두봉-백적산)

마 음 2007. 2. 10. 11:04

 

 

백석산 이야기

강원도 평창의 백두대간의 지맥인 계방산 등산을 하려고 산악회에 예약하고 기다렸으나 요즘 태백산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계방산의 등산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또 다른 산악회를 통해서 계방산 줄기에서 뻗어 내려온 백석산을 가기로 하고 준비를 하여 아침 일찍(05:50) 집을 나서서 시청 앞으로 나갔다. 기상청의 예보로는 오전 중에 경기 강원에 약간의 비나 눈이 내리다가 오후 들어 갤 것이라고 하였기에 검게 드리워진 하늘을 우려하지는 않았다.

 

06시 30분 시청을 출발한 버스는 사당과 양재를 거처 목적지 평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가는 동안 차창밖으로 보이는 시골의 풍경은 아침에 눈이 조금 내려서 하향게 물들여져 있었고 지금은 눈이 내리지 않으니 등산하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산행대장의 오늘산행에 관한 코스설명이 있었는데 산세가 가파르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이 아니어서 눈 쌓인 산길을 찾아가기가 쉽지만을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백석산(1,364m)과 잠두산(1,243m) 백적산(1,147m) 3개 봉우리를 등정할 것이며 소요시간은 눈길을 감안하여 약 6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하였다. 6시간은 등산은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기에 별다른 문제는 아닌 것 같아 크게 관심 같지 않았다. 버스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어려운 눈 내린 시골길을 조심스럽게 달려서 목적지인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던지골 송어양식장 앞에 도착한 시간이 10시다.

 

버스에서 내린 일행 42명(여성 4명 포함)은 곧바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전에 이곳을 한번 등산한 일행이 선두에서 안내를 겸한 등산이 시작되는데 조금 올라가니 눈 때문에 그냥은 안 되겠다 싶어 다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옷도 한 겹 벗겨낸 조금은 가벼운 차람으로 하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쾌나 가파른 산길이다. 눈까지 쌓여 있어서 미끄럽고 위험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조심조심 한발한발을 내딛는다. 사방은 눈구름으로 뒤덮여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주변만 보인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풍경만큼은 글로 표현할 수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없어서 등산로에 나뭇가지가 그대로 터널을 이루는 곳이 많아 아침에 내린 눈으로  눈터널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백석산의 정상 가까이에 이르니 또다시 가랑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데 산은 의외로 편안한 길이다.

 

눈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쌓여있는 것을 빼고는 편편해 보인다. 주변이 안 보이니 답답하기는 하나 이렇게 눈 쌓인 겨울산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렇게 높낮이가 별로 없는 편편한 눈길을 얼마를 걸었을까, 작지만 둥그런 운동장 같은 곳이 나왔다,. 여기가 백석산의 정상인가 보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팻말이 없다. 주변이 안 보이니 더욱더 정상을 실감할 수가 없다. 오직 헬기장 같은 모습이 눈 사이사이로 보이는 것이 정상임을 말해준다. 이곳 주변의 풍경을 보니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여도 기념사진은 한 장 남겨야 될 것 같아 내리기 싫은 배낭을 내려 카메라를 꺼내어 두어 컷 눌러보았다. 

 

 

 

 

 

 

 

백석산 정상부근의 눈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만 날씨가 워낙 어두웠는지라 사진이 어두워서 좀 그렇네요. 화이트밸런스를 많이 올렸는데도 그렇군요.  맑은 하늘이었다면 참 아름답게 보였을 것입니다.

 

어렵사리 사진을 촬영하느라고 지체하는 바람에 일행과 많이 뒤처진 것 같아서 부지런히 발자국을 따라 백석산 정상을 내려갔다. 마음은 급하고 발길은 눈 속에 묻히고 잘못하면 눈 속에 박힌 스틱이 부러질 것만 같아서 조심스럽게 뽑아야만 했다. 내 몸이 조금만 가볍다면 살짝 얼어붙은 눈 위를 걸어서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한다. 눈 위를 걷기에 좋은 설피가 생각나는 그런 마음이다. 다음 정상은 잠두산이라고 했으니 따라가다 보면 나오겠지. 일행도 만나겠지. 내 뒤에 처진 일행도 있으나 뒤따라오는 기색이 보이 지를 않는다. 이렇게 얼마를 내달았을까. 저만치에 회원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눈 내리는 속에서도 점심이라도 해결을 한 것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려갈 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번 올라와 봤다는 대원도 내리는 눈 속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살펴보니 여기가 잠두산이었다. 맑은 날씨에 이곳에서 보면 누애가 머리를 치켜든 모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고 하여 잠두봉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란다.

 

이곳 역시 이정표나 표지석이 없고 모 산악회에서 A4용지에다 인쇄하여 비닐코팅을 한 것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게 표지판 내지는 이정표역할을 하는데 기왕이면 길 안내표시도 있었으면 우리처럼 당황해하지 않아서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곳에서는 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고 바람도 심해서 손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눈이 내려도 모자를 쓰지 않고 후드도 착용하지 않은 채 왔기 때문에 머리가 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만져보니 머리 위가 눈이 얼어붙어서 딱딱하다.

 

작년 가을부터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것 같아 염색도 중단하고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짧게 이발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머리 위의 얼음을 대충 털어내고 후두를 덮어주니 따듯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든다. 나는 웬만해서는 등산 중에 모자를 쓰지 않는다. 산에 오르면 몸이 더워지는데 모자까지 덮어쓰면 더 덥기 때문이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거나 저렇거나 이곳에서 자신을 넣은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카메라를 소지한 몇몇 회원들과 돌려가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잠두산이라고 비닐코팅된 모 산악회의 팻말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이정표역할을 한다. 옆에 산악회리본도 하나  맺혀 있고....

 

그러는 사이 길을 찾았다는 소리를 듣고 내려갈 준비를 한다. 지금까지는 가파른 산을 올라왔으나 이제는 가파른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길 같이 않은 길을 찾아 내려가는데 산아래에서 불어오는 눈보라가 시야를 가로막고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후드가 몹시도 거슬린다. 간간히 빛바랜 산악회리본이 보여서 이곳이 길인가 보다고 안도하면서 한 시간 정도를 내려가니 목표물로 알고 있는 철탑이 보였다. 산밑으로 모릿재터널이 뚫려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백적산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시간은 13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이제는 배도 고프고 무엇인가 요기를 하고 올라가야만 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식사문제를 어떻게 해결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백적산을 향해서 올라가는데 나는 안 되겠다. 함께하던 일행 한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고 올라가야겠다기에 커다란 소나무아래에서 눈을 피해서 자리를 잡고 가져온 식사 같지 않은 식사를 하였다. 지난번 태백산 등산 때에 보온병에 물을 끓여서 넣어갔는데 컵라면에 물을 부으려고 열어보니 물이 많이 식어 있어서 이번에는 컵라면 대신에 간편식으로 누룽지와 초콜릿을 가져왔기에 누룽지를 씹어먹고 얼음물 같은 물을 마시는 것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말 그대로 눈물밥을 먹은샘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백적산의 높이도 1,147m나 되니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눈보라가 계속된다면 더욱더 어려울 것이다. 선두그룹이 올라간 지는 벌써 30~40분이 지났으니 우리는 서둘렀다.

 

13시 30분...

산아래로 모릿재터널이 지나간다는 백적산입구를 출발하여 부지런히 걸었다. 그런데 이곳 역시 가파르고 눈이 많이 쌓여있는 곳이 많아서 힘이 들었다. 얼마를 올랐을까 우리가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을 때에 올라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부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부인이 많이 지쳐있는 듯 발걸음이 느리다. 나와 함께하는 동행자는 40대이고 키가 훤칠해서 지치지 않은 듯하였으나 나 역시 자꾸만 걸음이 느려진다. 동행인에게 먼저 올라가라는 말을 하고는 바위에 쌓인 눈을 발로 대충 치우고 잠시 주저앉아 쉬기로 했다. 5분여를 쉬었다가 다시금 올라간다. 힘들어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올라가야만 한다. 한참을 올라가니 동행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머리가 하얀 내가 내심 걱정이 되었는가 보다. 고맙게 생각하고 뒤를 따라 오르는데 정상인 것 같다가도 오르면 또 앞에 산이 있고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 번 하니 몹시도 지친다. 다행스랍게도 15시쯤에 눈이 그치고 날이 조금 밝아지는 것도 같다. 피곤은 어쩔 수 없어서 다시금 주저앉아 쉬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인지를.... 그러나 뾰족한 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산에 오르면 좋은데 오늘은 조금 힘이 든다는 것뿐이다. 생각해 보니 오늘 날씨 탓인 것 같다. 꼭 10년 된 일이다.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좌대퇴골 골절상을 입어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기에 기압이 낮은 오늘 이렇게 조금의 후유증이 오는가 싶었다.

 

한 발 한 발 내어딛는 발걸음도 전진이기에 백적산의 정상인 것처럼 방위표지석이 보인다. 옆에는 커다란 바위도 있고 주변에는 높은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여기가 정상이라고 우리는 단정 짓고 서로 카메라를 돌려가면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곳이 백적산의 정상이다. 촬영시간이 정확히 15시 20분 50초이다.

 

설명 듣기로는 1시간 30여분이면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친 상태이기는 하나 거의 2시간을 소모하였다. 하산시간이 5시까지로 정해져 있으니 우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의 후미로 오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으니 어렵겠다 싶었다. 아까 힘들어하던 부부가 생각이 났다. 이제 부지런히 하산하면 되는 것이다. 선두의 발자취를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 없이 발자취만 따라서 내리 달렸다. 앞서가던 일행들을 한 둘 만나게 된다. 이제 대원 7명이 한 조가 되어 내려가게 되었고 조금 더 앞서서 하신하는 대원들도 보였다.

 

저들도 지쳐있었고 몰골이 말이 아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엎어지고 자빠지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나무를 건드릴 때 미다 눈이 머리 위로 떨어져서  눈을 흠뻑 뒤집어쓴 모습들이다. 태양이 짙은 구름사이를 오고 가면서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조금 밝아졌다가 하면서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내려가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16시 50분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있는 모릿재터널 앞까지 내려왔다.

 

백적산을 오르지 않고 모릿재에서 하산한 사람들과 선두그룹등 30여 명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산악회 측에서 농가의 비닐하우스를 빌려서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된장국밥과 막걸리로 허기진 배고픔을 달랜다. 따끈한 된장국밥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보기도 처음인 것처럼 느껴진다.

뜨거운 커피도 한 잔 곁들이고......

 

내려와서 들어보니 우리 일행은 백적산에서 하산길을 잘못 잡은 것으로 백적산정상에서 곧바로 좌측으로 하산을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앞으로 나아가서 하산한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훨씬 늦게 17시 50분에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하산을 하여 귀경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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