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니 검은 구름이 잔뜩끼어있었다. 휴일인지라 산에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날씨가 별로다. 일기예보로는 오후늦게 비가 조금 내릴것이라고 하였는데 비는 쉽게 내릴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상계동의 친구가 수락산이나 가자고 하였는데 이곳에서 수락산은 너무 멀다. 북한산이 바로 앞에 있는데 상계동까지 가기는 그렇고 하여 북한산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11월초에 도봉산에 갈때에 함께 갔었고 그때에 찍어준 사진도 인화가 되어 있어서 본인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가기는 가야 하겠지만 다음에 가서 전해주기로 하고 오늘은 날씨도 별로 좋지않으니 나는 북한산이나 한바뀌돌고 오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늘도 내가 즐겨다니는 족두리봉에서부터 시작되는 비봉능선과 칼바위능선까지로 정하고 전철을타고 불광동 독바위역으로 갔다. 평소같으면 집에서부터 걸어가겠지만 무악재에서 독바위까지는 좀 그래서 3호선 전철을 타고 불광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하여 독바위역에서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이다. 주말이어서 이곳에도 산객들이 많이도 나와 있었다. 독바위역에서 주택가 사잇길로 곧바로 올라가면 족두리봉이 바로 나오고 왼쪽으로 하여 불광탐방지원센터를 거처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오르는 등산로가 또 있고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바라보기만 하면서 오르면 향로봉의 끝자락에서 비봉을 오르는 길이 있기 때문에 이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예전에 한번 올라본 등산로인지라 이번에 한번 더 이 길을 이용하여 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단독으로 다니는 산행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데로 코스를 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좋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하여 비봉-사모바위- 문수봉-대남문-대성문-보국문-칼바위능선-정릉탐방지원센터까지는 간식과 휴식시간을 합쳐서 4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지라 서둘러야 할 필요도 없고 여유가 만만하다.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며 숨을 조절한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하고 바람이 좀 부는게 시원하게 느껴진다, 간간히 가던길을 멈추고 발아래로 펼처진 늦가을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호흡도 조절해본다. 저만치에 은평뉴타운 2지구인 구파발개발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작년봄에만 해도 작은집들로 가득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시뻘건 황토밭 같은 넒은 터 위에 타워크래인이 수없이 서있고 회색빛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였던 구파발 산동네도 이제는 주거환경개선이라는 개발의 힘에 밀려 모두 철거되고 고층아파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진사람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계속하여 이곳에서 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이 곳을 떠나야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발검음을 옮기니 어느새 비봉능선에 도달한다. 우측으로는 향로봉 족두리봉과 한강의 방화대교가 멀리나마 보이고 좌측으로는 비봉과 사모바위 문수봉이 한눈에 보인다. 저멀리 백운봉의 모습도 보이고....
향로봉 끝자락에서 보는 비봉의 아름다운 자태.
비봉의 듬직한 모습.
신라진흥왕순수비가 있던 암봉으로 지금은 원본은 더 이상의 부식을 막기위해 국립중앙 박물관으로 옮기고 유지비를 세웠다가 현재에는 원본과 똑같은 모형을 복제하여 세웠다.
앞에 보이는 등산로는 추락위험지역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이 곳을 이용해서 비봉정상에 오른다. 사진의 중앙부의 한 곳만 용을 쓰면 쉽게 정상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우회해서 정상에 오르면 위험하지 않은 길도 있기는 하자만... 그렇다고 이곳을 오르다 사고가 났다는 예기도 별로 들어본 일이 없기도 하고 실제 올라보면 수월하게 올라간다. 사고가 나는 곳은 여기가 아니고 정상 주변을 왔다갔다 하다가 경사로에서 실족하여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봉정상에 세워진 원본과 같이 복제된 신라진흥왕순수비.
그러나 오늘은 나도 우회길을 택하기로 했다. 정상 구경은 여러차례 하면서 기념촬영도 했으니 오늘은 우화하여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쉬엄쉬엄 걸었다. 사모바위앞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장소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운집을 하여 식사도 하고 사진촬영도 하고 그러는 곳이다. 사모바위를 거치고 승가사 위의 승가봉을 지나 문수봉갈림길이 나온다. 직선길과 우회길이다. 직선길은 거리가 �은 대신 조금은 위험한곳이다. 항상 이 직선길을 이용하는데 주의만 하면 그만큼 구경거리가 많다. 지난주에도 이 직선길을 70세된 어느 할머니와 함께하면서 문수봉에 이르렀었다. 오늘은 이 길도 우회하여 청수동 암문으로 올라가 보자고 마음을 바꾸어본다. 이 우회길은 직선길 못지않게 힘이들고 거리가 멀지만 북한산의 너덜길을 오르는 길이고 청수동 암문을 볼수 있는 길이다.
청수동암문.
암문은 두드러지지 않고 은밀하게 드나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은 문이다. 암문을 거처 문수봉에 이르니 12시 30분이다. 두시간이 걸렸으니 보통걸음걸이가 되었나보다. 젊은 등산객하나가 문수봉의 휘날리는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애국가를 우렁차게 부른다. 직장에서 함께 온 동료들이 박수를 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는 느낌이든다. 이곳 아늑한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따듯한 물을 꺼내어 마시며 20여분을 쉬었다가 일어나 대남문을 지나 대성문방향을 향해 성벽을 따라 가면서 무너진 성벽을 새로운 돌을 운반하여 복원하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것이라 생각해본다. 돌의 고장 익산 황등근처에서 나고 자랐으며 황등중학교를 다니면서 돌을 가공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돌을 가공하는 기계가 좋아서 쉽다고는 하여도 돌은 돌이다. 무겁고 힘든작업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곳까지 운반하여 성벽을 복원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경비가 들었을것이다. 관리를 잘해서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민족유산이다.
대남문을 지나 조금 오르막을 오르면 여기부터는 성벽을 따라 약간의 내리막길을 가게된다. 좌측으로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봉이 보이고 옆으로 인수봉도 보인다. 가까이에는 동장대가 우뚝 서 있고...우측으로는 서울의 성북동 방면이다. 대성문에 이르니 바로 앞에 칼바위능선이 가로질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칼바위능선도 관악산의 칼바위능선만큼이나 산세가 험해보인다. 그동안에는 곧바로 대동문과 동장대를 보고 수유리 아카네미하우스로 하산을 하였기 때문에 이 칼바위능선을 이용하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저 칼바위능선을 따라서 정릉으로 하산을 할 예정이다. 춘천의 풀래닛친구 은채님이 12월초에 족두리봉에서 향로봉 비봉 문수봉을 거처 이 칼바위능선으로 등산계획이 있다기에 나도 한번 들러보려고 한다.
대성문
칼바위능선
대성문을 지나고 보국문을 지나니 칼바위능선에 들어가기 위한 통로로 성벽의 일부를 터 놓았다. 산등성이가 뽀족뽀족한게 예사롭지는 않아보인다. 우회길도 있는 것을 보니...
그렇지만 이곳을 우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이니까 올라가 보아야 산세를 알수 있을게 아닌가. 무작정 들어가 보니 어라! 바위가 까칠까칠하여 미끄러지지 않고 오르기가 쉽다. 최 정상에 조금은 오르기 힘들어 보이고 위험헤 보이는 곳이 있기는 한데...앞서가던 여성 한 분이 여기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바람도 많이불고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옆으로 조금 비켜서게 한 뒤에 먼저 올라가 보려고 눈짓을 보내니 비켜설 곳도 마당치 않지만 조금 옆으로 비켜준다. 이러저리 살펴본뒤에 바위끝을 잡고 발을 들어 올리고 앞을 내다보니 기어 올라가기만 하면 괜찬아 보여서 안심이었다. 먼저 올라가 그 여성분에게 오를만하다고 말을 전해주고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하면서 지켜보았다.
칼바위정상에서.
무사히 칼바위의 위험구간을 모두 벗어나 정릉을 향해 서서히 내려오니 예전에 입장권을 팔던 매표소인 정릉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시간이 14시 30분이었다. 산에서 보낸 시간이 4시간 정도가 소요된 적당한 산행시간이다.
바로 앞에 110번 버스종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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