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8일 차 (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동엽령-백암봉-중봉-덕유산 향적봉)▼
밤새껏 강풍과 더불어 안개비가 내리는 남덕유산의 밤은 깊었지만 흘러가는 시간 앞에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야 했습니다. 옆에 있던 두 사람도 일어나 일출 모습을 촬영하려는지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부산하고 저 역시 해가 뜨는 것을 보기에 앞에 저들과 헤어져 남덕유산을 내려와 삿갓골대피소에서 식수를 보충하여 무룡산을 향합니다. 오늘의 일정은 예상대로라면 남덕유산- 월성치- 삿갓봉- 무룡산- 동엽령- 백암봉- 중봉-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려고 합니다. 백두대간 종주 길에 덕유산 향적봉은 제외되어 있고 백암봉에서 우측으로 돌아서 귀봉- 못봉으로 가게 되어 있지만 저는 백두대간의 기록단축을 위해서도 아니고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산천을 유람하고자 함이기에 덕유산국립공원의 최고봉인 향적봉을 바로 코앞에서 지나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덕유산 향적봉을 가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향적봉은 몇 차례 올랐어도 백두대간 종주에서 향적봉을 제외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꼭 향적봉을 들러서 다시 내려와 백두대간의 본 여정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무룡산을 향해 길을 걷습니다. 백암봉에서 향적봉은 2km 남짓한 거리이고 향적봉대피소가 있으니 이곳에 들러서 식수도 보충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구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난해 눈 덮인 향적봉을 머리에 떠올려봅니다. 향적봉을 겨울에만 설경을 구경한다고 올랐었는데 8월의 무더위가 한창인 지금은 어떠한 모습의 향적봉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덕유산 향적봉은 덕유산국립공원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기는 하지만, 바로 아래에 설천봉이 있고 이곳 설천봉까지는 덕유산 무주스키장 곤돌라가 설치되어 있어 곤돌라를 이용하여 춘하추동 사계절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향적봉에 올라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향적봉을 향해서 남덕유산 출발(05:48)
삿갓봉으로 향하면서 잠시 뒤돌아본 남덕유산.
동녘에 아침해가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모습이 나무숲 사이로 보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 향적봉 방향. 아무리 훌륭한 화가가 그려내는 한 폭의 동양화라도 이런 모습일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남덕유산과 서봉 벙향.
삿갓봉에 오르면서... 삿갓봉에 오르면서 삿갓처럼 생긴 봉우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크고 작은 삿갓이 여러 개입니다.
남덕유산 방향 다시 돌아봅니다.
드디어 삿갓봉에 다다르게 됩니다. 삿갓처럼 생긴 봉우리를 4~5개 넘어온 듯합니다.
삿갓봉대피소 앞에서... 대피소의 맑은 샘물로 세면를 하였더니만 상쾌합니다. 이제는 무룡산으로 출발.
무룡산으로 오르면서 만난 반가운 원추리꽃.
무룡산 정상 이정표. 향적봉은 앞으로 8km.
동엽령에 다다르고... 동엽령은 덕유산 향적봉을 오를 때에 장수군 안성면 안성리에서 칠연폭포를 거쳐서 오르면 만나게 되는 고개로 친숙한 느낌입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동엽령에 많은 등산객이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백두대간 등산로에는 털이꽃이 참 많았습니다. 시기상으로는 좀 늦어서 꽃이 지고 말라가는 모습입니다.
작은 식물에도 눈길을 돌려보면 피로도 가시고 발걸음에 생기가 붙습니다.
백암봉에 다다르고 이곳에서 백두대간 종주 길은 우측으로 귀봉 방향으로 가면 되지만 향적봉을 들러가려고 중봉 방향으로 길을 선택합니다. 백두대간 길 걷기 4일째이고 오늘도 남덕유산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먼 거리다 보니 그동안의 피로와 겹쳐서 향적봉이 조금은 멀어 보이지만 거리상으로 2.1km이니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길가의 야생화도 감상하면서 여유를 찾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방향입니다. 누군가 수건을 떨어드리고 갔습니다.
중봉- 향적봉 방향입니다. 비교적 편안한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지친 나그네에게는 꼭 그렇게 편안한 길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왼쪽으로 향적봉과 연결된 중봉능선.
중봉 오름길.
중봉에서...
덕유산 향적봉 주변의 자연생태복원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흔적들이 많이 보입니다. 무지비하게 밟고 다녀서 망가진 덕유산의 생태계가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노력으로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복원되기를 빌어봅니다.
중봉에 도착하여 울타리 안전기둥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인증사진을 한 장 촬영하고 백암봉 방향을 내려다보니 등산객 한 명이 올라봅니다. 복장으로 보아서 여성분인가 생각하였는데 가까이 다가오니 남성분이었습니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물으니 육십령에서 오는 길이랍니다. 무주에 연고가 있는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데 사십 대 초반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육십령에서 아침 일찍 내려서 자신은 산길로 해서 향적봉에, 가족들은 차량과 곤돌라를 이용하여 저녁 때에 덕유산 향적봉에서 만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살아서도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
중봉에서부터 이 사람과 동행하면서 향적봉에 오르니 그분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사 온 음료수를 나누어 주어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니 그동안의 피로가 확 풀리는듯하였습니다. 그들 가족은 곤돌라가 멈출 시간이 가까워진다며 서둘러 내려가면서 헤어져 향적봉 대피소 샘물로 내려가는데 대피소에서 약 150m 거리의 아래에 있고 해 질 무렵이어서 내려오는 사람도 없어 온종일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샘물가에서 저녁까지 해서 먹고는 대피소로 올라옵니다.
향적봉 주변의 야생화.
향적봉대피소 관리직원에게 대피소 사전예약은 하지 않았는데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겠는가 물으니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국립공원의 대피소 이용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한데 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빈자리가 있으면 현장에서 예약이용도 가능하지만, 자리가 없는 경우에는 산에서 내려가거나 밖에서 잠을 자야 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다행히도 따뜻한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내일을 기약해 볼 수 있어 기쁨과 행복이 두 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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