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10일 차 (소사재-초점산-대덕산-덕산재-부항령-백수리봉-삼도봉-밀목재)▼
소사마을 평상에서 쉬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니 달무리가 생겼습니다. 달무리가 생기면 3일 이내에 비가 내린다고 전해집니다. 밤사이 이슬은 많이 내리지 않았습니다만. 산길의 숲에는 그래도 이슬이 많이 내려있을 것입니다.
소사마을 가겟집 평상에 누워 쉬는데 밤하늘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달은 휘영청 밝은데 흰 구름이 조금씩 끼어 있는 모습이며 흰 구름 사이로 총총히 빛나는 무수한 별의 모습이 이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울까. 시골이 아니라면 보기 어려운 풍경일 것입니다. 오늘이 음력으로는 며칠일까 둥그런 달을 바라보면 보름달 같기도 하고 보름달이 아니라면 보름의 이쪽저쪽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이곳 소사마을 어느 집 마당의 평상에 앉아 이런저런 오늘의 일들을 되짚어보는 것이 바로 나그네의 마음인가, 나는 매스컴을 통해서 혹은 실제로 서울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노숙자의 꾀죄죄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아 왔었습니다. 저 사람은 무슨 사연이 있어 저런 노숙인의 삶을 살고 있을까, 집이 가깝다면 데려가 목욕이라도 시키고 입지 않고 옷장에 걸어둔 나의 헌 옷이라도 입혀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실행하지는 못했는데 지금 나의 모습이 바로 그때 보았던 노숙인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백두대간 종주하는 등산객이지 일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틀림없는 노숙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지금 영락없는 노숙인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에는 대한민국의 중추적 산맥인 백두대간 길을 걸으면서 우리의 민족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산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마음속으로 노래하면서 만족해하는 삶이라면 저들 노숙인의 마음속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바람과 나름의 행복이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아침 일찍 소사마을을 떠나면서 바라본 삼봉산.
밭고랑을 지나 삼도봉을 향해서 갑니다. 오늘 백두대간 종주 길에 삼도봉이라는 이름이 둘이나 있습니다.
비가 내려야 할 상황인데요. 김장용 배추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서 농부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달무리도 떴으니 곧 비가 내리겠지요. 실제로 달무리가 뜨고 3일째가 되는 어젯밤부터 전국에 비가 내렸습니다. 이곳에도 비가 흡족하게 내렸기를 기대합니다.
소사마을 방향.
작은 삼도봉으로 오르면서 뒤돌아본 삼봉산에 아침해가 훤하게 비쳤습니다.
억새풀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나는 백두대간 길.
작은 삼도봉이라고 하는 봉우리가 초점산으로 되어 있습니다.
초점산에서
삼봉산 방향을 다시 봅니다.
대덕산 정상에서...
덕산재에 이르기 전에 작은 샘물이 하나 있습니다.
05시 26분경 소사마을을 출발하여 초점산으로 오르는 구간이 급경사 구간입니다. 어제 삼봉산에서 가파르게 마을까지 내려왔으니 이제는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야 능선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잠시잠시 시야가 트이면 뒤를 돌아 삼봉산과 덕유산 향적봉을 바라봅니다. 설천봉 무주리조트 스키장이 푸른 덕유산을 하얗게 깎아내린 흔적이 역력하게 보이는데 조금은 거슬리기도 합니다. 초점산을 400여 미터 앞둔 지점부터는 억새 숲이 길을 가로막고 있으나 다행히도 이슬이 많지 않아 옷이 젖지 않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초점산에는 긴 의자가 두 개나 놓여있어 배낭을 내려놓고 두 팔을 크게 벌려 아침 해를 바라보며 덕유산의 정기를 흡입하여 봅니다. 내가 언제 다시 이 아침에 이곳에 서서 저 멀리 있는 덕유산을 바라볼 것인가. 감개가 무량하고 눈시울이 적셔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시금 대덕산으로 발길은 향하고 대덕산에 도착해 보니 대덕산 정상석을 최근에 설치한 듯합니다. 표지석 뒷면에 새겨진 글에는 대덕산의 정기를 받고 내려간 사람은 뜻을 이루지 못한 이가 없다고 합니다. 대덕산에서 덕산재까지 지루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얼마를 내려왔을까 작은 샘물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 샘물인가요. 표주박으로 샘물을 받아 두 바가지를 마시니 온몸이 시원해집니다. 수건도 적셔서 목에 걸고 내려오는데 내리막길은 여전히 이어집니다.
저기 보이는 건물은 폐쇄된 암자로 사람이 살지 않고 식수용 물도 없는 곳입니다.
덕산재(대덕재라고도 합니다.)
부항령. 백두대간 탈출로가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김천시내 방향 삼도봉터널 앞으로 갑니다. 백수리봉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4명의 등산객이 김천시내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백수리봉 정상. 지도상에는 1030봉으로 표기되어 있는 지점입니다.
삼도봉. 삼도봉은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 삼도의 경계가 되는 지점입니다.
삼도봉에서 30분 동안을 더 내려가 1124봉 근처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숙영준비를 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편안한 휴식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슬이 안개비처럼 많이 내려서 편안한 휴식은 되지 못하고 뒤척입니다. 꽥꽥거리는 고라니의 울음소리가 지척에서 들리고 나뭇가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비가 내리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내일은 안갯속의 백두대간 길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백두대간 종주 길 2차 마지막 밤은 이렇게 어수선하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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