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26일차 (마구령-갈곶산-선달산-박달령)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마구령 고개를 향해서 걸어 올라갑니다. 백두대간 마구령에 거의 다 올라온 지점입니다. 1,097봉 방향의 단풍 풍경.
마구령 도착. 지난 9월 28일 이후로 오랜만에 백두대간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본격적인 제6차 백두대간 등산에 들어갑니다. 마구령 앞에 894봉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파른 등산길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구급 헬기장에 오르니 잘 자란 소나무 한그루가 나그네를 반겨주네요.
1,097봉 방향입니다. 억새꽃이 단풍과 더불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마구령에서 4.9km 지점의 갈곶산 이정표.
선달산(1,236m) 정상.
백두대간 선달산 표지석.
박달령을 향해서... 약 3.9km의 거리입니다.
박달령. 영월군 하동면 방향 임도.
박달령 정자와 산신각. 오른쪽으로 봉화군 물야면 방향.
서울 청량리역에서 06시 40분 출발하는 중앙선 우등열차를 타고 풍기역에 09:10분에 도착. 역광장으로 나와 부석사 입구 임곡리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시간표를 보니 오전에는 06시 45분에 한 번 있고 오후에는 16시 40분에 한 번밖에는 없다. 이른 아침 영주에서 출발한 버스가 06시 45분에(시간이 잘 맞지는 않는다고) 풍기역에 도착하여 임곡리로 들어간다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버스를 이용하는가 궁금하였다. 서울이라면 04시 첫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도 많지만 작은 읍내에서 이렇게 일찍 버스가 들어가다니. 마을에서 일할 일꾼들을 태우고 마을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에는 학생들을 태우고 읍내로 나오는 것인가.
10시 30분에 부석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부석사 입구 임곡삼거리에서 하차하여 4km 정도 걸어서 마구령에 가는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4만 원이나 요구하는 택시를 탈 필요는 없겠다. 어차피 걷기를 목적으로 백두대간에 나선 것인데... 10시 40분경에 부석사 가는 버스를 타고 임곡삼거리에서 하차하여야 하는데 두들마의 사거리에서 내리고 말았다. 잘못 내렸다고 판단한 때에는 버스는 이미 출발하여 버렸고... 이런 낭패가 있나.. 임곡삼거리에서 마구령까지 오르막길 4km를 예상했는데 2km 정도 더 추가하여 6km를 걸어가야 하겠네...
할 수 없지 서울처럼 버스에 안내방송이 없으니 잘 확인하고 내릴 것이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마구령을 향해서 도로를 따라가는데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굵은 은행이 도로에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산에 가지 말고 떨어진 은행이나 주워갈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1km 정도 걸어왔을까 생각되는데 뒤에서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운전자가 나에게 무언가 용건이 있는 것 같다. 세운 차로 다가가니 나를 보고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차량 적재함을 보니 사과 상자가 가득 실려있다. 마구령에 가려고 부석사 입구 삼거리에서 내려야 하는데 사거리에서 잘못 내려서 임곡리 소골마을 방향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였더니 우선 차에 타라고 한다.
차에 타고 가면서 임곡리 삼거리에서 내려주면 된다고 하였더니 내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부석사로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과라도 몇 개 주고 싶어서 나를 따라와 불러세웠다고 한다. 정말로 고마운 분을 만났구나 생각했다. 부석사 입구 삼거리에서 내려주면 된다고 하니 마구령까지는 안 가지만 그쪽으로 가는 중이니 좀 더 타고 가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운전자도 전에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조금 하다가 힘들어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마구령 가는 길이 좁고 자신의 차량이 낡은 차량이어서 고개를 올라갈 수 없어 마구령까지 태워다 주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지만 좀 더 태워다 주겠다고 하면서 올라가다가 차량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에서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우고 차량에 실려있는 사과를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담아주는데 더 주고 싶어도 무거운 짐이 될까 봐 더 못 주겠다고 하는데 크고 좋은 사과를 11개나 담은 것이다. 이 사과를 받아들고 보니 정말로 무거운 짐이다. 생각되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풍기인심에 감사하면서 좁은 도로에서 차량을 돌려 그분과 헤어져 사과 봉지를 들고 고갯길을 올라가는데 50분 정도 걸어와 12시 10분경에 마구령에 도착했으니 차량을 타고 꽤 많이 올라온 것이다. 노후차량이라서 마구령 고개를 올라가지 못해서 마구령까지 태워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성서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오늘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서 사과농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만났다. 그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두 손을 모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구령에 도착하여 풍기역 앞 슈퍼에서 사온 것으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선물로 받은 풍기 임심이 가득 담긴 사과를 하나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사과를 배낭에 잘 간직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풍기인심을 등에 업고 백두대간 길로 들어선다. 참나무 종류가 대부분인 백두대간길에는 어느새 낙엽이 수북이 쌓여 등산로는 잘 보이지 않고 바짝 마른 낙엽 밟은 소리만 부스럭댄다.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변했는가. 간혹 보이는 단풍나무에는 노란색이나 빨간색의 단풍이 곱지만 다른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바람에 윙윙거린다. 오늘은 백두대간에 바람이 많이 분다. 시원해서 좋기는 한데 긴 바지 긴소매 상의 셔츠를 입었어도 덥다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겠는데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하나둘 맺혀있는 것은 아마도 풍기인심이 들어있는 사과로 더 무거워진 배낭 때문일 것이다.
마구령에서 박달령에 이르는 구간 역시나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망은 없는 편이다. 앞에 보이는 풍경 말고는 멀리 바라보는 전망이 없으니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갈곶산을 지나 늦은목이재에 이른다. 늦은목이재부터는 좀 더 가파른 오름길을 힘겹게 걸어 선달산에 이른다. 식수는 충분히 갖고 왔지만, 박달령에는 샘물도 있고 정자가 있어 저녁에 휴식을 취하기가 편리하여 좀 늦더라도 박달령까지는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날씨도 쌀쌀하고 해가 빨리 기울기 때문에 17시가 되면 걷는 것을 마치고 쉬기로 작정을 하였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선달산 정상에서 3km 정도 왔을까요. 잠시 쉬면서 손을 닦고 간식을 먹으려고 배낭에 매달린 수건을 찾으니 수건이 없다. 수건만 없는 게 아니다. 수건과 함께 호루라기와 기념메달이 함께 고리에 달려있는데 이게 나도 모르게 어디로 떨어져 나갔다. 이런 낭패가 있나. 수건이나 기념메달이야 없어진들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호루라기가 없어진 것은 좀 문제가 있다. 혼자서 백두대간 종주등산 하는데 호루라기는 있어야 하는 데 이게 없어지다니... 배낭을 길에 내려놓고 뒤돌아서 달려가 보았다. 어디쯤에서 떨어졌을까. 수건이 짙은 분홍색이어서 잘 보일 터이고 무거운 메달과 호루라기가 함께 달려있어서 바람에 날아가지도 않고 등산로 어디에 떨어져 있을 터인데... 거의 10여 분을 뛰어갔으니 1Km는 갔을 탠데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호루라기 찾는 것을 포기하고 되돌아와 가려니 그렇잖아도 시간이 좀 늦을 것 같은데 더 늦게 되어 해가 기운 후에야 박달령이 보인다.
박달령 산신각에서는 무속인이 징을 두드리면서 소원을 비는 소리가 요란하다. 무슨 소원이 있어 해가 저문 이곳 박달령 산신각에서 저리 간절히 기원할까. 원하는 소원 박달령 산신령께서 이뤄주셨으면 좋겠다. 저 사람의 소원이나 나의 소원이나 모두가 간절한데 저렇게 간절히 비는데 그 소원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박달령 정자 안에 평상이 있어 평상 위에 숙영준비를 마치니 어두워졌다. 탠트안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은데 무속인의 소원 빌기가 끝나고 철수하려고 하는가 보다. 밖으로 나가 그들에게 다가가 오늘 박달령 산신령에게 정성다해 빌은 소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제사에 사용한 떡을 좀 나누어주면 좋겠다고 말하니 떡과 함께 바나나 배 사과 포도 등 싱싱한 과일까지 많이 주고는 차를 타고 떠나간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온 떡으로 저녁밥을 대신하고 과일까지 먹고도 남는다. 남은 것은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 커피 한잔을 타 마시고 자리에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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