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나라

연가시라고 하는 생물체

마 음 2015. 2. 20. 17:56

 

 

 

 

 

 

 

 

이 신비한 셍물체가 「연가시」라고 하는데 사전에 연가시는 유선형동물문 칠선충목에 속하는 연가시류를 이르는 말. 가느다란 철사 모양을 한 동물로서, 유생(幼生)은 메뚜기나 사마귀 따위의 곤충에 기생하고 성체(成體)는 민물 속에서 독립생활을 한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군요. 그러나 저는 오늘 처음으로 연가시라는 생물체를 보았고 이름을 몰라서 다음(Daum) 지식코너에 질문을 올려서 「연가시」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더보기

 

연가시(Nematomorpha)의 형태

연가시는 길이 10센티에서 1미터, 직경 1~3밀리미터의 가늘고 긴 벌레로, 2미터가 넘는 것도 발견된 적이 있다. 연가시는 주로 곤충에 기생하는데, 곤충이래 봤자 길이가 30센티도 안될텐데 그렇게 긴 기생충이 몸 안에 있다는 게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 키가 2미터도 안 되는 사람한테서 10미터에 달하는 기생충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 기생충의 세계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충체가 숙주에 비해 2~3배 이상 긴 만큼, 곤충 한 마리에 기생하는 연가시의 숫자는 대개 1 마리이며, 2마리가 발견된 예는 극히 드물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가시의 또다른 별명은 고르디우스의 벌레인데, 이는 연가시가 짝짓기를 할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엉겨붙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가시는, 가늘고 긴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말 꼬리털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horsehair worm(말총벌레) 혹은 hair worm(머리카락벌레)라고도 불린다. 또다른 별명으로 고르디우스의 벌레(Gordian worm)가 있다. 고르디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설의 왕으로 이륜마차를 타고 나타나 왕이 됐는데, 그가 왕이 되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은 복잡한 매듭의 고삐로 마차를 신전에 묶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던 중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나타났다. 그는 매듭을 푸는 대신 칼로 잘라 버렸고, 아시다시피 아시아의 지배자가 됐다. 연가시를 고르디우스의 벌레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벌레가 짝짓기를 할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엉겨붙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왜 이게 연가시라고 불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사마귀가 예전부터 '어영가시' 또는 '연가시'라고 불렸던 것과 관계가 있으리라.

뭉뚱그려서 '연가시'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연가시에는 여러 종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가시는 총 351종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천여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을 왜 그렇게 세밀하게 분류하는지, 2천여 종이 될 것이라는 추정도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 궁금하지만, 원래 학문이란 것은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는 걸 상기하자.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연가시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종은 무엇이 있으며 어떤 곤충에 기생하는지, 감염률은 얼마인지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일전에 메뚜기와 귀뚜라미, 꼽등이 등을 여럿 조사해본 적이 있는데, 단 한 마리의 연가시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아 감염률이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가시’라는 이름의 어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사마귀가 예전부터 '어영가시' 또는 '연가시'라고 불렸던 것과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되고 있다. <출처: (CC)Adamantios at Wikipedia.org>

연가시의 생활사

연가시는 계곡이나 시내, 물웅덩이나 물탱크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산다. 연가시 유충은 기생 생활을 하는 반면 어른 연가시는 물에서 자유생활을 하는데, 원래 기생충의 정의가 "생활사의 전부 혹은 일부를 다른 생물체에서 기생하는 동물"이니, 어른 연가시가 자유생활을 한다고 기생충이 아닌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연가시의 생활사가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속에서 암컷과 수컷 연가시가 만나 교접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로 암컷이 알을 낳게 되는데, 그 알에서 나온 유충은 하루살이 유충이나 장구벌레처럼 물속에 사는 곤충의 유충에게 먹힌다. 먹힌다고 해서 유충은 죽는 것이 아니며, 곤충의 유충이 하루살이나 모기가 되는 동안에도 살아있는 채로 버틴다. 그 곤충들, 즉 하루살이나 모기를 사마귀나 메뚜기, 귀뚜라미 등이 잡아먹으면 그 안에 있던 연가시의 유충이 그리로 건너간다. 다시 말해서 물속에 사는 하루살이 유충과 장구벌레는 연가시를 물에서 곤충으로 옮겨 주는 운반체라고 할 수 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성충 연가시는 종숙주의 항문 혹은 항문 근처의 표피로부터 빠져나온다. <출처: (CC)Dbenzhuser at Wikipedia.org>

사마귀 등 곤충의 몸에 간 연가시는 몇 번의 변신을 거쳐 어른으로 자라는데, 어른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그저 수주~수개월일 정도로 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다 자란 연가시는 숙주인 곤충의 몸을 다 잠식해 머리와 다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가시만 있는 상태가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연가시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내고 때를 기다린다. 기생충의 성충이 사는 생물체를 종숙주라 부르니, 이 곤충들을 연가시의 종숙주라 부를 수 있겠다.

기회를 엿보던 성충 연가시는 종숙주의 항문 혹은 항문 근처의 표피로부터 빠져나오는데,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것이 빠져나가니 숙주가 큰 타격을 받을 것 같다. 한 관찰에 의하면 연가시가 빠져나간 뒤에도 사마귀가 의연하게 살아 있었다지만 오래 관찰한 것이 아니라서 믿을 것이 못되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숙주가 오래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영화 [연가시]에서 성충이 사람으로부터 빠져나오면 전신쇠약(악액질, cachexia)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다고 전제했는데, 곤충과 달리 사람은 몸 전체가 연가시로 가득 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영화적 설정이라 하겠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마귀와 관련된 연가시(Chordodes)의 일생. 원 안은 숙주(사마귀), 원 밖은 연가시의 일생을 보여줌. 연가시의 일생은 자유 생활(free-living stage)-중간숙주(intermediate host)-종숙주(final host) 단계로 나뉘어진다. <출처: Andreas Schmidt-Rhaesa, Reinhard Ehrmann, [HorsehairWorms (Nematomorpha) as Parasites of Praying Mantids with a Discusion of their Life Cycle]>

연가시의 뇌조종

연가시가 학자들로 하여금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곤충을 물가로 유인해 자살로 이끌기 때문이다. 연가시는 물에서만 짝짓기를 하며, 물이 없는 곳에서 밖으로 나오면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기생충이 사는 목적은 오직 자손의 번식이니 연가시로서는 어떻게든 숙주를 물가로 데리고 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나온 가설이 바로 '갈증설'로, 연가시가 종숙주인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곤충으로 하여금 갈증을 느끼게 한다는 내용이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새를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인 리베이로이아(Riberiroia)는 유충 상태로 개구리에 있으면서 개구리가 다리 하나를 더 갖는 기형을 만든다. <출처: Pieter T.J. Johnson, Daniel R. Sutherland, [Amphibian deformities and Ribeiroia infection: an emerging helminthiasis]>

실제로 기생충 중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숙주를 조종하는 것들이 꽤 있다. 새를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인 리베이로이아(Riberiroia)는 유충 상태로 개구리에 있으면서 개구리가 다리 하나를 더 갖는 기형을 만든다. 이는 개구리가 잘 뛰지 못하게 함으로써 새에게 잡아 먹히기 용이하게 하려는 일종의 숙주 조종이다. 시스토세팔러스 솔리두스(Schistocephalus solidus)라는 이름의 촌충은 유충이 가시고기에서 사는데, 이것 역시 새가 종숙주라서 새에게 잡아먹히기 쉽도록 가시고기가 물 표면에서 헤엄치게 한다. 그러니 연가시가 곤충을 조종해 물로 뛰어들게 한다는 가설도 꽤 설득력 있는 얘기다. 실제로 한 프랑스 학자는 사마귀가 스스로 에로강(He'rault River)에 뛰어드는 것을 관찰한 바 있으며, 이는 기존의 '갈증설'을 뒷받침한다.

종숙주인 곤충이 죽어가는데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하는 연가시라니, 좀 엽기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곤충을 자살로 이끄는 것은 그 곤충이 물 근처에 있을 때에 국한될 뿐, 물에서 수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곤충한테 그 먼 거리를 달려가 물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곤충이 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연가시가 어떻게 알고 그런 신호를 보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가시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곤충이 원래 갖고 있던 신경전달물질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고 하니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무척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것 같다.

곤충이 물에 빠지면 연가시는 곧바로 빠져나온다. 물 가까이 있는 사마귀를 붙잡아 배 부위를 물에 닿게 했을 때 15초 안에 연가시가 나왔다니 말이다. 물 말고도 연가시는 숙주의 위험에도 민감해, 사마귀를 죽인 후 배 부위를 찔러 보면 연가시가 바로 나왔다고 한다.

 

'동물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가시 유영(遊泳)  (0) 2015.02.25
연가시 관찰하기  (0) 2015.02.24
신비로운 생물체 발견  (0) 2015.02.20
황금개구리를 만나다.  (0) 2014.10.02
반딧불이 firefly  (0)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