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음력 2월 23일) 02시 23분 동녘 밤하늘에 떠 있는 반달.
찔레나무 새싹.
나이가 하나둘 더해가면서 나타나는 건망증 증세로 오늘 아침을 놀라게 하였다. 아침밥을 먹고 난 다음 휴식을 하면서 칡차를 끓이기 위해서 작은 주전자에 물과 말린 칡뿌리(葛根)을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제 오후 늦게 파종한 오이구덩이에 비닐을 덮어씌우기를 하지 않아서 오늘 오전 중에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나면서 부랴부랴 비닐을 준비하여 밭으로 나가 오이 씨앗을 파종한 구덩이 3개에 비닐 덮개를 씌우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캠프로 내려왔는데 무엇이 타는지 타는 냄새가 많이 난다. 나의 캠프 문을 열어놓고 나갔는데 캠프에서 타는 냄새인지 아니면 이웃집에서 나는 냄새인지 그때까지도 분간을 못 하면서 캠프로 들어가려는 순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칡차 주전자가 보이면서 그때야 칡차를 끓이기 위해서 가스레인지에 작은 주전자를 올려놓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작은 주전자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타는 냄새가 나는 곳이 바로 나의 캠프였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급히 가스관 안전 잠김 마개를 잠그고 나서야 안도하며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니 가득하게 들어있던 물은 온데간데없고 칡은 검은 숯덩이로 변해 있었지만,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에 캠프에 당도하게 된 것에 감사하는 하루다. 구매한 지 1개월도 안 되어 반짝이던 스테인리스 주전자의 안과 밖이 검게 그을러 볼품없이 되었는데 억센 수세미로 아무리 닦아도 닦이지 않는다, 그래도 주전자에 구멍이 난 게 아니므로 물을 끓이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사용하기로 한다. 건망증으로 한순간 가슴을 쓸어야 했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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