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월의 마지막 휴일을 맞는다. 작은 배낭 하나 등에 메고 뒷동산에 올라본다. 오늘은 삼복더위처럼 기온이 무덥고 쨍쨍 내리쬐는 햇볕도 따갑다. 뒷동산의 메말랐던 나뭇가지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연둣빛 물감이 칠해져 있고 풀 냄새가 짙게 풍겨온다. 나무그늘 아래로 들어서니 시원한 풀 내음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시원함이고 상쾌함이다. 살아있는 나무숲에서는 피톤치드라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 에너지가 방출되어 일부러라도 삼림욕을 하는 게 건강을 위해서 좋다고 하는데, 이런 좋은 에너지를 24시간 방출하는 산에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뒷동산은 멧돼지나 고라니 오소리 같은 동물들의 천국이지만, 나 같은 불청객이 가끔 방문하게 되면 저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불청객에게 자리를 양보하여 준다. 그래도 겁이 없는 것인지 무모한 행동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라니는 불청객에게 한마디 충고를 하고 가는 듯 꽥꽥대며 달아난다. 아마도 자기의 먹거리를 불청객이 훔쳐가지나 않는가 하는 마음일 것이다.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우리 같이 산을 공유하면서 살아야지 너만 산에서 주인 행세하려고 하지 말아다오. 너도 가끔은 농부의 밭에 내려와 농부가 애써 가꾼 농작물을 훔쳐먹고 있지 않니. 불청객은 자연 먹거리가 부족하여 네가 가꾸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은 것을 산에서 조금 얻어먹지만, 너는 산에 많은 먹거리를 두고도 농부의 밭에 내려와 농작물을 훔쳐먹는 것은 좀 나쁜 행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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