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옆에 작은 계곡이 있는데 위로는 오염물질을 배출할만한 게 없어서 매우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최근 계속되는 가뭄으로 계곡에 물이 마르고 밭 근처 깊은 곳에 물웅덩이가 있어 그곳에 조금이나마 물이 고여 있어서 옹달샘이다 생각하면서 힘들어도 물을 길어다 농작물에 뿌려주면서 가뭄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무렵에 서울에서 올라와 보니 그나마 옹달샘에 물이 없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 바닥에 쌓인 모래와 썩은 낙엽들을 파내어 놓고 밤사이 물이 고이기를 기다려 아침에 나가 그릇으로 물조리에 물을 퍼담아 몇 차례 날라 말라가는 호박 줄기에 뿌려주었는데 물웅덩이에 다시금 바닥이 드러나면서 물웅덩이 바위틈에 작은 굴이 있는 게 보였고 그 속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게 되었다.
바로 여기 왼쪽의 검은 부분이 작은 굴이 있는데 그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굽히면서 머리를 들이밀어도 속은 보이지 않고 하는 수없이 카메라를 들이대어 촬영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들어있길래 그럴까 궁금하다.
미니카메라의 풀레시를 사용하면서 여러 차례 촬영해본 결과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천정에는 거미같이 생긴 게 다리에는 물갈퀴가 달린 모습이다. 그리고 아래 바닥에는 물고기가 여러 마리가 있는 모습이 촬영되었다. 좀 더 자세하게 보기 위해서 나뭇가지를 넣어 이놈들을 밖으로 몰아내었더니 놀란듯하면서 몇 마리가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온 물고기를 손바닥에 올려놓아 보았다. 이것은 꺽지를 닮아 보이기도 하지만 꺽지는 아니다. 이게 쉬리가 분명하다. 이곳 골짜기의 아래에는 금화 저수지가 있고 백두대간 난함산에서 뻗어내린 두 개의 긴 능선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금화 저수지로 흐르면서 큰 계곡을 이루고 있으며, 물고기가 살아가는 물웅덩이가 있는 작은 계곡은 캠프 앞에서 큰 계곡으로 합류하는데 이 쉬리가 어디에서 언제쯤 이곳 계곡에 올라왔을까. 이 작은 계곡은 요즘처럼 가뭄이 계속되면 물이 말라서 물고기는 생사가 위태로울 텐데 이렇게 크게 자라고 있었다니 신기하다.
쉬리가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는데 이 일을 어이할꼬. 물고기는 이곳의 터줏대감이오 나는 불청객인데 이제부터는 이곳 물웅덩이에서 더는 물을 퍼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들이 비가 와서 물이 풍부해질 때까지 견디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을 퍼내면 안 되겠다. 호박 줄기가 말라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에서 물을 퍼내면 절대 한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물고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는 멀어도 집에서 수돗물을 길어다가 주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물고기도 좋고 나도 좋은 방법은 속히 많은 비가 내리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 오후 18시경에 약 5분 정도 비가 조금 내렸다. 그러나 오늘도 마른 먼지만 조금 가라앉게 하는 정도여서 농작물이나 물고기에게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내가 물웅덩이에서 농작물에 물을 주겠다고 물을 퍼가지 않으면 상부에서 조금씩이라도 물이 바위틈을 타고 배어들어 물고기가 생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나 이런 상태로 오래간다면 물고기마저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오늘 18시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5분 정도 내렸는데 2~3mm 정도 내려서 먼지만 조금 잠재웠으며 식물의 뿌리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화단에 세워둔 작은 돌에도 빗물이 다 묻지 않을 정도로 조금 내리고 지나가 버렸다. 야속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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