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내 어릴 적에 1

마 음 2006. 7. 14. 11:16

 

내 어릴 적에 1

문득 50여 년 전 내 고향에서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내 고향 집 주변 동산의 작은 소나무 아래 잡풀 속에는 수없이 많은 식용버섯들이 많이도 돋아나서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맛있는 버섯찌개를 많이도 먹고 자라났던 기억들이 생각나네요. 어릴 적에 고향집에서 먹었던 그 버섯찌개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같은 장마철엔 소쿠리 하나만 들고 동산에 들어가면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나는 가지각색의 버섯을 소쿠리 가득 따 가지고 오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른 아침 동녘에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는 소쿠리 하나 들고 뒷동산에 들어가면 돋아난 지가 한나절이 지났을 것 같은 큰 버섯과 지금 막 땅속을 뚫고 나오는 작은 버섯이 귀여운 모습으로 여기저기서 우리들을 반겨주었지요. 그야말로 우후죽순이 아니라 우후버섯이라고 할 정도로 버섯이 많이 돋아나는데 우리들이 버섯을 따 가지고 오면 어머니께서는 소금물에 잠시 담가놓았다가 까칠까칠한 호박잎을 이용하여 깨끗하게 손질하시고 빨간 생고추를 절구에 갈고 작은 애호박을 썰어 넣어서 얼큰하게 끊인 토종버섯찌개의 맛은 지금껏 내가 살아오면서 먹어 본 그 어떤 음식의 맛에 비길 수가 없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 고향 집 주변 동산에는 그야말로 버섯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식용버섯의 종류가 다양하게 자라고 있었는데요, 기억나는 이름이 우선 버섯 등에 푸른빛이 나는 곰팡이버섯, 색깔이 검고 약간은 단단한 까마귀버섯, 소나무 아래서 잘 자라는 버섯의 등이 노르스름한 솔 버섯, 싸리나무 빗자루같이 생긴 싸리버섯과 국수버섯, 버섯 몸에 흠집을 내면 붉은 피 같은 진액이 나오는 피 버섯, 색깔이 꾀꼬리 새처럼 아름답게 생긴 꾀꼬리버섯, 맛과 감촉이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고 해서 부르는 닭고기버섯, 버섯대가 유난히 긴 갓버섯, 이외에도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식용버섯이 몇 종류 더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버섯을 함께 넣어 버섯찌개를 끓이면 이 버섯 저 버섯 먹을 때마다 혀끝에 느끼는 맛이라는 게 말로도 표현하기가 부족한데 하물며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게 사실입니다. 정말로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 독특한 맛을 알 수가 없는 것이었지요. 요즘말로 웰빙식품 중에서도 최고의 웰빙식품이었습니다.
  

요즘 시장에서 판매하는 그런 버섯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내는 버섯들이 수없이 돋아나곤 했었는데 지금 어디 가서 그런 맛을 느껴볼 수가 있을까요. 지금은 고향의 동산에도 많이 오염되어서 미국자리공이라는 잡풀과 두릅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버섯은 나지 않는다는 고향 어른들의 말씀을 듣게 되니 말입니다. 신토불이라고 숲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깨어주어야 생기 있는 숲이 되는데 농촌에 사람들이 적어지고 각종 인스턴트식품들이 난무하여 산에 들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없으니 잠자는 숲이 되어 독초들만 자라나게 된 것이지요.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후텁지근하니 문득 비를 맞으며 버섯 따러 다니던 옛 생각이 나는군요.                               

                                           2006년 07월 14일 파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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