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길 5일 차 (사치마을회관-사치재-아막성-복성이재)▼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사치마을 경로회관.
지리산 방향으로 지리산 주능선에 하얀 구름띠가 아름답게 걸쳐있습니다.
백두대간 종주길의 등산로에는 이처럼 억새가 가로막고 있는 곳이 참 많습니다.
88 올림픽 고속도로 휴게소 방향입니다.
멀리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는데 먼 곳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갑니다.
커다란 바위를 담쟁이덩굴이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산 위에 작은 묘가 하나 있었는데 그 묘가 흥부묘라고 하는가 봅니다. 아막성 안내문이 있습니다.
복성이재가 아직 1.3km 남았네요.
작은 복성이재.
올해는 광복절 제68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의 기쁨을 백두대간의 한 모퉁이에서 누리고자 지난 1차 백두대간 종주를 이어가려고 준비하였습니다. 지난 1차에서는 3박 4일 일정으로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부터 천왕봉을 거처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사치재 아래 사치마을경로회관 앞까지만 걷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왔기에 이번에는 사치마을경로회관 앞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1차 백두대간의 연속지점이 됩니다. 백두대간이라고 하는 지도상의 노정에서 단 한 발짝이라도 건너뛰지 않고 차근차근하게 걸어보겠다는 게 나의 백두대간 종주에 대한 견해이기도 합니다. 이번 2차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하산하게 될지는 저도 미정입니다. 계획상으로는 약 1주일간의 예정으로 준비해 가는 기본적인 생필품의 소진과 체력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언제 어디에서나 하산한다는 마음으로 백두대간의 장관을 나의 두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속에 담아보려고 다시 떠나는 것이니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저를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하는 소리는 집주변 수도권에도 좋은 산들이 많은데 왜 굳이 힘들고 시작은 하지만 마지막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데 나이도 많은 사람이 왜 꼭 백두대간에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그동안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녔으니 백두대간길도 많이 걸어보았을 터인데 왜 백두대간에 목을 매느냐 하면서 염려와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 번은 꼭 걸어보고 싶은 곳이 백두대간이라는 결심을 하였기에 마음은 확고합니다. 여럿이서 걷는 것도 아니고 단독종주를 나섰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찌할 거냐고 하는데 어쩌기는 무엇이 어쩐다는 말인가요. 사람이 태어나 죽고 사는 것은 운명처럼 이미 정해진 일인데 집안에서 잠을 자다가 죽을 사람도 있고 산을 좋아해서 산에서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을...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믿고 있기에 산에서 무슨 일을 당할 사람은 멀고 험한 산이 아니더라도 동네 뒷산에서라도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백두대간길을 혼자서 간다고 해서 무섭다거나 무슨 일을 당한다고 하여 아쉬운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백두대간 단독종주에 나서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여깁니다.
서울에서 8월 15일 10시 40분 출발하는 장수행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금 행복한 무진장 군내버스 막차를 기다려 타고 사치마을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치마을회관 앞 정자나무 앞이 행복한 무진장 군내버스의 종점에서 내려 정자나무 아래에서 무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백두대간 사치재를 향해 걸어 들어갑니다. 사치재를 조금 넘어서니 저만치 발아래로 88 올림픽 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가 내려다보입니다. 697봉을 넘고 새맥이재를 넘어 복성이재에 다다르니 해가 저물어갑니다. 복성이재에서 숙영해야 할 장소를 찾는데, 마침 도로 근처 나무 아래에 평상 3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용한 흔적이 없는 듯 가랑잎이 쌓여있고 먼지도 있어 대충치우니 편안한 야외 숙영지가 만들어집니다. 숙영준비를 마치고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여 마치고 나니 어두워졌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합니다. 그런데 복성이재 아랫마을에서는 요란한 음악 소리가 밤새껏 울려 퍼집니다. 무슨 관광시설이라도 있는 것인지 웬 음악 소리가 밤새껏 울려대나요. 10시가 조금 지나서 경찰차가 복성이재까지 순찰을 하고 내려가는데 내 앞에서 차를 멈추고 한참을 있다가 가는데, 나를 보고 가는 것인지 못 보고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을 쪽으로 그냥 내려갑니다. 저는 밖에 나오면 친척 집이든 친구 집이든 잠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나의 작은 집에서 자는 것처럼 편안하고 깊은 잠을 들지 못하는데, 하물며 밤하늘에 반짝반짝 별이 총총 보이는 어느 산모퉁이에서야 말해 무엇하리오. 그렇게 8월 15일 백두대간 종주길 5일 차의 밤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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