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풍경소리

마 음 2014. 6. 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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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 처마 끝에 작은 풍경을 하나 매달았다. 지난번 황악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면서 직지사 상품판매점에서 사온 것이다. 미풍에도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어 사찰은 아니지만 마치 조용한 사찰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작은 풍경이니 소리도 작지만, 가끔 울리는 맑고 청아한 풍경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듣는 귀를 즐겁게 한다.   

 

 

   

 

 

 

 

 

 

 

 

이웃집 텃밭에 관상용 양귀비꽃이 곱게 피었고 쑥갓도 꽃이 피었다. 모든 식물은 때가 되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죽어간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든 만물이 다 마찬가지다.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데 종류에 따라서 그 시기가 조금 다를뿐이다. 사람도 하루의 삶도 지탱하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소멸하는가 하면 무병장수 백수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

 

 

 

       

 

 

 

유월도 막바지로 치닫고 무더위가 계속되는 오후 시간이다.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뜨거운 태양 볕이 내리쬐고 있어 불볕더위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조금 전에는 서울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나에게 혼자서 심심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전혀 심심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이곳 산골생활이 전혀 심심하지도 않고 편안하고 좋다. 번잡한 도심 속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처럼 자연 속에서 조용히 호흡하고 있음이 참 좋다. 캠프 안으로 벌레가 기어들어 오기도 하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오기도 한다. 몸집이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끊이지 않으니 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전혀 심심하다고 여길 겨를이 없다.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조금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가끔 모기에 물리면서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삶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이러한 시골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였으니 수구초심이라는 회귀본능이랄까. 잡다한 도심 속의 고뇌에서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것.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나의 마음인가 보다. 

 

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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