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봄비가 조금 내렸다. 기상예보로는 5mm 정도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였는데 5mm 정도가 안 되는 아주 적은 양의 비가 내렸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 지역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극히 적은 봄비가 내렸다. 얼마나 적게 내렸는지 먼지만 겨우 잠재운 정도로 적게 내렸다. 그리고 아침부터 하늘이 맑아지고 상쾌한 하루가 말없이 기울어간다. 아침에 부주의로 단단한 물체에 손을 부딪쳐서 온종일 별다른 일없이 캠프 주변만 왔다 갔다 들락날락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앞산이라고 부르는 난함산 능선을 자주 바라보게 된다. 난함산은 백두대간 종주의 통과지점이고 이곳 캠프에서도 정상방향으로 가오리 얼굴 모양의 봉우리가 보인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게 되는데 가오리 얼굴 모양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공연히 웃음이 나온다. 지금은 바위 주변의 나무에 잎이 없어서 실감이 덜한 데 나무에 잎이 나와 녹음이 우거지면 바위가 작게 보여 더욱 가오리 얼굴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난함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은 김천시 봉산면 봉계리 봉산 문화마을에서 끝을 맺는다. 사기점고개에서 시작되는 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와 비슷한 높이와 길이의 뒷산이라고 부르는 능선이 있다. 캠프에서 앞산 능선을 따라서 난함산 정상에 몇 차례 올라보았지만, 능선에는 사람의 발길보다는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짐승들이 더 많이 다니는 길처럼 보인다. 지난겨울에는 눈 위에 선명하게 찍힌 맹수의 발자국을 목격하기도 하였는데 직접 맹수를 만나보아야 할 터인데.
울고넘는 박달재 - 박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