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5일. 정유년 닭의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농부도 아니면서 농한기를 언급하는 것은 모호한 일이겠으나 겨울철 농한기를 맞으니 하루의 일과는 단순하고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으나 전체적인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동안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가 오늘 추위가 좀 누그러들어 오후에 유해동물로부터 호신용 대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 뒷동산을 올라보았다. 자주 오르는 뒷동산이지만, 오늘은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서 사기점고개로 가보려고 한다. 모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나 소개되는 진정한 산꾼들이나 한 번씩 다녀가는 뒷동산이지만, 실제로는 뒷동산이 백두대간의 한 자락길이다. 추풍령에서 금산을 거처 사기점고개 난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바위 거북이 한 마리를 만난다. 어마어마하게 큰 거북이가 머리만 조금 내어놓고 쉬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 500여 m 산중에 홀로 사는 거북이나 필자나 같은 외로운 신세 같아 동병상련의 아픔이 전해지기도 한다.
뒷동산 길을 걸으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면 자꾸만 따라오는 추풍령 읍내. 이미지의 왼쪽은 아시안 하이웨이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와 오른쪽의 추풍령역이 있는 추풍령 읍내. 추풍령을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눌의산과 북쪽으로 금산이 마주하고 있다.
백두대간 난함산(해발 733m). 아마도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이 난함산 정상에 오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난함산 정상에 국가통신시설이 있어 내남산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막혀 난함산 7부 능선에서 작점고개로 내려가 무좌골산- 용문산으로 오르거나 백두대간 남진 중이라면 사기점고개로 내려가기 때문에 난함산 정상을 올라보고 가는 종주자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백두대간 단독종주 때에 난함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 대간종주 길만 따라갔으니까. 나중에 이곳에 거처를 옮기고 난함산 정상을 오르는데 보니 대간 종주 길에서 약 1.5km 정도 구불구불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올라가야 정상에 도달하게 되었다. 난함산 정상까지는 통신시설관리 때문에 포장도로가 있어 승용차를 이용해서 오를 수 있다. 신년 아침이면 해맞이하러 정상에 올라오는 김천주민들이 더러 있다.
줌인(Zoom In)해본 난함산 정상의 통신시설물.
이곳이 백두대간 추풍령과 난함산 사이의 사기점고개 사거리다.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 상금리에서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 작점리로 넘어가는 고개이기도 하다. 지금도 농사용 경운기나 트랙터가 다닐 수는 있으나 산림 보호 임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개 아래 상금리 윗동네를 사기점리라고 하는데 예전에 사기를 굽는 가마가 있었다고 한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는 모습인데 동쪽은 상금리 방향. 서쪽은 작점리 추풍령저수지 방향. 남쪽은 추풍령 방향. 북쪽은 난함산 방향이다. 필자는 오늘 난함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 이곳에서 캠프(상금리)로 하산한다. 해가 짧아서 난함산 정상에 올라가면 어두워질 것이다.
안양산죽산악회 백두대간 4기(북진) 종주팀이 만들어 놓은 표지판인데 비바람에 떨어져 땅바닥에 돌로 눌러 놓은 것을 끈으로 묶어 사거리 북진 방향의 잘 보이는 곳에 매달아 놓고 캠프로 하산을 한다.
상금리 마을에는 400여 년 된 두 그루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데 캠프 옆의 한 그루는 김천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고 이 느티나무는 3그루의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나무여서(한 그루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보호수로 지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바짝 메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인 뒷동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이렇게 12월의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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