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해발 1,708m)을 젊은 시절에는 여러 차례 오르면서도 높은 산이고 빼어난 절경 때문에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고 젊은 객기로 설악산을 정복한다는 기분으로 올랐지만, 이제는 설악산을 오른다는 게 그렇게 쉽게 몸과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더 몸이 쇠약해지기 전에 설악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였다. 설악산은 하룻밤 대피소를 이용하여 이틀간의 등산이라면 수월하지만, 대피소 예약하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무박산행을 단행해 보았다. 23시 30분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다음날 새벽 02시 50분에 설악산 한계령탐방안내소 앞에 도착. 이미 도착하였거나 계속 버스에서 내리는 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섞이게 되었다. 설악산 한계령탐방소 안내전광판에는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음을 축하한다는 안내문이 어두운 밤하늘에 유독 빛나고 있었다. 이마에 해드랜턴을 쓰며 등산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니 03시가 되면서 잠겨있던 설악산 한계령탐방센터 등산로 문이 활짝열리고 인파 속에 묻혀 설악산으로 한발 두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설악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필자가 그동안 올라본 우리나라의 산들이 많지만, 설악산만큼 거친 산은 없는 듯하다. 거친바위들 사이로 난 등산로가 자칫하면 큰 사고를 입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오른다. 그래도 이번 설악산 등산은 동료들이 아닌 가족(딸)이 함께여서 마음이 든든하다. 서북능선 삼거리지점에 이르러서 부터는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설악산의 산그림이 조금씩 드러나고 능선이라서 새벽공기도 한결 시원스러움을 느낀다. 어디쯤에선가 동녘하늘에 아침해가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펴고 설악산의 신선한 공기와 더불어 아침햇살을 작은 가슴속에 깊이깊이 담아본다. 얼마만인가? 날짜로 계산해 본다면 6년이 채 안 되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맛보는듯한 그런 마음이고 가슴속이 먹먹해지는 그런 기분이다. 설악산 아래 멀리 농촌마을을 감싸고 있는 하얀 구름이 아늑함을 더해준다.
끝청봉을 오르면서 마음의 여유가 많아졌는가 유독 꽃들을 많이 보게 된다. 돌 하나 크고 작은 나무 한그루 그리고 산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오늘의 아름다운 설악산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여겨진다. 끝청봉에서 높이 솟아오른 아침햇살을 친구삼아 자화상을 만들고 중청봉을 돌아 중청대피소에 이르렀다. 설악산 울산바위 방향 속초시내와 동해바다 위로는 하얀구름이 두둥실떠올라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중청대피소 야외식탁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대청봉을 올랐다. 대청봉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운집하여 설악산 정상 대청봉의 인증모습을 남기기 위하여 시끌벅적하다. 우리도 촬영대기 줄을 서고 십여분 동안의 기다림 끝에 차례가 되어 대청봉 표지석에서 인증사진 한 장씩을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동서남북 사방을 둘러본다. 끝없이 펼쳐진 산. 산. 산들로 뒤덮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고 명산 설악산 대청봉이다.
대청봉을 내려와 소청봉 삼거리에서 내려다보니 소청대피소와 희운각대피소가 내려다보인다. 중청 소청 희운각대피소는 모두 한두 번은 이용한 대피소들인데 특히 소청대피소는 필자가 처음으로 이용했던 대피소이다. 소청대피소를 새롭게 신축하였다는데 다시 한번 이용해 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거친 내리막 등산로를 따라서 희운각대피소에 이르니 희운각대피소는 현재도 신축공사 마무리 단계가 진행 중이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무너미고개에 이르러보니 지난날들의 생각들이 많이 소환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공룡능선으로 가거나 천불동계곡으로 가거나 하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정에 공룡능선 탐방은 계획되어 있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천불동계곡으로 향했다.
천불동계곡은 설악산 내에 위치한 계곡으로, 외설악의 관광 중심지인 설악동에 있는 계곡이다. 천불동계곡은 계곡 양쪽의 기암절벽이 마치 천개의 불상을 늘어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기간의 침식 작용으로 인해 계곡에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형성되어 있는 계곡이다. 천불동계곡은 설악산 대표적인 절경의 계곡으로, 대청봉의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사이에 위치하는 계곡이다. 비선대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약 7㎞ 구간의 긴 계곡을 천불동계곡이라 부르는데 가을철 단풍으로 물든 천불동계곡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천불동계곡을 내려와 비선대에 이르니 비선대에는 많은 암벽마니아들이 암벽 타기를 즐기고 있는 아찔한 모습도 보인다. 긴 소공원 숲속산책로를 걸어와 설악산탐방관리소 앞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 찍는 곳에서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것으로 설악산 등산일정을 모두 마치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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