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실 37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의 소설속 주인공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아니다. 아직은 살아서 존재하는 노인이다. 이 노인은 어부도 아니고 농부도 아니고 하릴없이 산천을 헤매는 대한민국에 실존하는 무일푼의 보편적 노인이다. 아직은 자신의 두 발로 험지를 혼자서 나돌아 다니는 것을 보면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을 뿐 노인은 아닌듯한데 스스로 노인이라고 하다니 참 어이없고 대책 없는 노인 아닌가. 노인네 밥은 먹고 다니시는가?

자화상실 2023.06.03

그때 그 사람은

덧없이 흐르는 세월의 변화무쌍을 일러 말하기를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천수만 년을 살아가면서도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은 강산도 무심코 흘러가는 세월 뒤에는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하는데 하물며 길면 백 년을 겨우 살아가는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는 하소연일 것이다. 그때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이나 자연이 살아가는 시간이나 모두가 같은 시각으로 흘러갔을 터인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강산은 그대로 인듯한데 그때 그 사람은 십 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너무도 많이 변해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다음 십 년 후에도 강산은 별반 다름없이 그대로 있겠지만, 그때 그 사람은 이 땅에 존재나 하고 있을까?

자화상실 2022.11.11

나의 어머니 My Mother

My Mother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요즘처럼 무더위가 한창이던 1981년 7월 8일 아침에 이 세상을 떠나셨다. 1981년 봄 서울대병원에서 식도암이라는 검사 결과와 함께 수술을 시도하였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약 3개월 후에 자식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셨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답시고 고향에서 힘겨운 병마와 투쟁하시는 어머니를 찾아뵙지도 못하던 어느 날 아침 출근한 직장으로 고향의 친지 어른이 내게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께서 아침에 돌아가셨다고... 고향 어머님이 계시는 집에는 전화가 없고, 친지 어른댁에 전화가 있었기에... 당시 나는 35세 두 아이의 철없는 아버지. 어머니는 60세의 연세이신데 5남 1녀의 어머니로 젊은 시절부터 어려운 살림과 질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려운 ..

자화상실 2020.07.30

송구영신(送舊迎新)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이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되었다. 흔히 하는 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게 되었는데 마음(필자) 역시나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한 해를 보내게 되는가 보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 산촌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도 어언 6년여 세월이 흘렀다. 어릴 적 농촌에서 살았던 향수 때문인지 아니면 번잡한 도심을 피하기 위함인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고향도 아닌 낯선 산촌에서 시답잖은 농부 흉내 내기를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6년이라니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의 농부 흉내 내기는 농사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고 또한 잡초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패한 격이어서 힘들이고 공들인 만큼의 수확은 ..

자화상실 2019.12.31

Take Me Home

오늘 강원도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내일까지 50cm 정도까지 내릴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한다. 어제가 소설(小雪)이었는데 소설답게 초겨울부터 강원도 산간지역에 폭설이 내리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설원을 걷는 눈 산행이 즐거운 것이고 산림청에서는 산불 걱정을 덜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일이다. 어디가 되었든 간에 눈이 많이 내렸으니 이제는 겨울인가 보다. 저녁 무렵부터 바람도 불고 날씨는 조금씩 차가워지는 모습이다. 아~ 어디로 갈 거나. 하늘 아래 동서남북 어디를 바라보아도 이 작고 노쇠한 나그네 한 몸 편안히 쉴만한 곳. 따뜻한 남쪽 나라는 아무 곳에도 없네. 이미 다가온 이 겨울이 더없이 추울 것 같네. 따뜻한 마음의 고향은 어디에 있을꼬.

자화상실 2015.11.24